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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Oct 27. 2020

아테네 학당의 두 스승

예술경영 season 1_12

1509년 이탈리아의 27세 청년 화가에게 그림 주문의뢰가 들어온다.그것도 다름 아닌 당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교황 율리오 2세(Julius II , 1443-1513, 재위기간 : 1503∼1513)가 요청한 것이다.


율리오 2세는 바티칸 궁(현재의 바티칸박물관)의 ‘서명의 방’에 프레스코 벽화 네 면을 그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27세의 청년 화가는 다름 아닌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말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가 중 한명인천재화가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1483~1520)이다. 그는 <성모와 아기예수> 작품으로 유명하다.


<바티칸 박물관> 서명의 방


아무튼 교황 율리오 2세는 라파엘로에게 서명의 방을 구성하는 네 주제 철학, 신학, 법학, 예술 중 철학 파트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리하여 그가 그린 작품이 가장 유명한<아테네 학당(Scuola di Atene)>이다.그는 2년간 이 작품에 매진했다.


그는 서구철학의 근간이 되는 그리스 철학자와 수학자 54명을 그렸다. 그림에는 항상 주인공이 있는 법, 화면 가운데 서 있는 두 명의 철학자가 바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이다.한 번씩 이름들은 들어봤을 것이다.


관람자 시선에서 왼쪽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사람이 바로 플라톤인데, 그리스 아테나에 아카데미를 세운 철학자이기도 하다. 가만히 얼굴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누군가를 닮았다. 바로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라파엘로가 당시 선배 화가인 다빈치의 얼굴을 플라톤으로 그린 것이다. 오른편 하늘색 망토를 두룬 철학자가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오른쪽 하단 끝에서 두 번째 라파엘로 자신의 얼굴도 있다.)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프레스코화, 823.5x579.5cm, 1510, 서명의 방(바티칸 박물관), 이미지 ©www.therenaissancepodcast.com


그럼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던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어디 있을까? 플라톤의 왼쪽 옆 옆을 보면 측면을 바라보고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대머리 남자가 있는데 그가 바로 소크라테스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피타고라스, 에피쿠로스, 유클리드, 헤라클레이토스 등 익숙한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했다.(파면 팔 수록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지만) 어쨌거나 오늘의 두 주인공을 만나보자.


서구 철학의 양대 산맥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두 철학자의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철학의 기저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모든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라고 할 정도로 플라톤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에 반해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에게 배웠지만 스승의 철학을 거부하고 새로운 철학적 세계관을 펼치게 된다.


‘이상’과 ‘현실’, 두 단어가 바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가장 함축적이고 심플하게 묘사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손을 살펴보자.


플라톤은 하늘 위로 검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바로 현실을 넘어 하늘 위 이상적 세계관인 ‘이데아’를 의미한다.단 이상을 추구하여 올라가다 보면 단 하나, 순수한 영혼, 즉 신의 세계에 도달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고 다섯 손가락을 다 펴고 있다. 이 말은 저 높은 이상이 중요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위의 개별적인 모든 현실 속에서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플라톤의 왼손엔 『티마이오스』가 들려있다. 우주와 인간의 탄생에 대한 대화편이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티카』를 들고 있다. 바로 ‘에티켓’, 인간 윤리에 대한 책이다.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신학과 인간학인 르네상스를 상징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 높은 이상세계와 현실세계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까? 우리는 현실의 삶을 살면서 미래의 꿈과 이상향을 추구한다. 철학이 진리를 찾고, 예술이 본질을 향한 깊은 고뇌를 드러내듯이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떠한 이상을 추구해야 할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과, 꿈과 희망을, 미래의 당신 자신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가?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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