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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Oct 27. 2020

백남준이 위대한 이유

예술경영 season 1_13

1963년 독일의 한 갤러리, 최초로 TV가 전시장에 놓여졌다.

바로 백남준의 첫 개인전이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이름은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 그의 대표작품은 무엇이 있나요? 그는 왜 유명한가요?”

대답해보라.

“<TV부처>가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가면 <다다익선>이라고 가운데 높게 솟아오른 TV 탑이 있어요.

“그래요? 그래서 그 작품이 왜 유명한 거죠?”

“네? 그 그건 TV…….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 “전공이 미술이 아닌데 어떻게 알아요?” 미술이 아니어도 왜 백남준이 유명한지 하나만 알고가자.


1963년 백남준의 첫 개인전 <음악의 확장 -전자 텔레비전>, 독일 부퍼탈 갤러리


다시 1963년으로 돌아가자. 백남준은 중고 브라운관 텔레비전 13대를 샀다. 브라운관 텔레비전은 ‘지지직’ 거린다. 백남준은 그 노이즈를 그대로 전시했다. <음악의 확장 - 전자 텔레비전>이라는 제목의 전시이다.

전세계 텔레비전은 1931년 최초의 실험방송을 거쳐 1937년 영국BBC에서 처음으로 방송되었다. 우리나라는 1956년 세계에서 열다섯 번째로 최초의 TV가 전파되었고, 최초의 국내 TV가 1966년 금성사(현재의 LG)에서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텔레비전이 이제 막 제작되어 보급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백남준은 이 텔레비전의 미래가치를 미리 간파했다. 그리고 이를 미술작품의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회화로 치면 붓이나 물감으로 사용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TV를 가장 먼저 사용했다고 유명해 진 것일까? 결코 아니다.


브라운관 TV를 생각해보자. 위에서 아래로 주파선이 순서대로 내려온다. 화면이 종료되면 가로선이 순서대로 내려오는 것을 생각해보자. 이 주파선은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이를 ‘선형’이라 부른다.


서구적 선형적 세계관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다. 우리는 이 ‘선형’의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책을 생각해보면 쉽다. 좌에서 우로 읽어 내려가고 한 페이지를 읽고 누가 더 빨리 핵심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가에 따라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가려진다. 그래서 공부하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선형의 법칙은 서구주의적 생각이다. 동양은 결코 이 선형적 사고틀에서 살아가지 않는다. 천자문을 생각해보자. “하늘 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아무리 읽어도 읽어도 요약정리를 할 수가 없다. 동양의 스승은 묻는다. “깨우쳤느냐?”


선형적 세계관을 깨트린 매트릭스의 세계관 (영화 매트릭스 이미지)


백남준은 이 선형의 세계를 깨트리고 비선형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개인이 결코 개입할 수 없었던 텔레비전의 가로 선형을 깨트리고 수직과 수평에서 자유로운 주파선을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데? 라고 생각이 들 텐데. 서구 사회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선형의 틀 자체를 한 예술가 개인이 바꾼 것이다.


“시스템 자체가 잘 못된 것을 모르겠니?”

백남준은 전 세계 미술계에 자신의 철학과 메시지를 아주 강력하게 던졌다.


"1962년에 나는 13대의 중고 텔레비전을 사들였다. 나에게는 미리 정해진 작품 구상이 없었다. 이제까지 어느 누구도 두 개의 주파수를 동시에 설정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그냥 쉽게 해버렸고 그 수평과 수직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실수와 실수를 거듭했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것은 항상 긍정적이었다. 그것이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의 전부이다."-백남준

TV안경을 쓰고 포즈를 취하는 백남준, 1989년 © 백남준


백남준이 위대한 이유는 개인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틀을 깨고, 기꺼이 실패를 거듭하며 개인이 할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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