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보트
적지 않은 이야기가 침몰하는 배를 닮았다.
많은 사람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는다.
주위에 온통 구명보트가 떠 있는 상황에서도.
-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中 -
우리 가족이 타고 가던 배가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아이들에게 세상의 안식처 같던,
타이타닉호처럼 거대하고 든든하던 그가 그렇게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저는 배가 기우는 초기부터
이 항해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직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이 배와 함께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기를 바랐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구명보트에 올라 둥그런 눈으로 엄마를 찾던 아이들의 시선을 마주한 그 순간조차도.
깊은 바다 아래로 침잠하는 저를 향해,
누군가는 조용히, 누군가는 다급하게 구명보트들을 던져주었습니다.
손을 내밀어주신 분들을 붙들고,
저는 아이들과 함께 이 거대한 바다를 건너고 있습니다.
물기 묻은 마음을 꼭 끌어안고,
언젠가 다시 닿을 뭍을 향해 여전히 노를 저어 가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너무 지쳐
노를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고,
밤이면 혼자 깊어지는 어둠에 방향을 잃을 때도 있지만,
침몰한 배가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아주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배는 가라앉았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 있고,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계속 노를 저어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물 위에 떠 있는 이 작은 보트 안에서,
나는 매일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고,
아이들을 끌어안습니다.
그리고 아직 도착하지 못한 항구를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