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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받고 싶은 마음

고백

by 이쥴 Jan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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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제 마음에는 남편의 슬픈 표정이 남아있습니다.


그 표정은 그가 저에게 항암 휴지기를 요양병원이 아닌 집으로 돌아가 보내겠다고 말한 뒤,

저의 대답을 듣고 지었던 표정입니다.

겁에 질린 저는 아무런 필터 없이 남편에게 안 된다고 말해버렸죠.


남편이 저에게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저는 그렇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하루 전,

남편과 통화했던 친구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습니다.

"ㅇㅇ이가 집으로 갈꺼라고 하는데 네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야. 멀쩡한 와이프가 있는데 ㅇㅇ이만 병원에 저렇게 두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집으로 오고 싶어 하는 남편을 병원에 내깔려 놓고 있다는 비난이 이미 버틸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 마음에 더해졌습니다.


남편을 바로 집으로 데리고 오지 못한 핑계들은 이렇습니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가겠다로 말한 그 주에 저는 경찰에 큰아이 실종신고를 하고, 상담받고 있던 청소년심리센터 선생님들과 아이를 찾아다녔습니다. 혹여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에 휩싸여 있었죠.


남편은 제가 직장에 나가있을 땨는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집에 머물겠다고 했지만, 저는 80kg가 넘는 남편을 돌봐줄  남자 간병인을 구해야 할 터였고, 제가 없을 때 여중생, 여고생 딸들이 그런 남자 간병인과 같이 있어야 하는 상황도 꺼려지더군요.


시가식구들의 도움을 구했지만 그들의 거친 비난만 남편의 슬픈 표정에 더해졌습니다.


저는 그렇게 그를 버렸고,

그에게 상처를 주고,

그를 병들게 했고,

그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은 잘 자라 주었습니다.

학교도 잘 갔고,

덩치도 이제 다들 저보다 커졌습니다.


큰아이가 인턴십을 하고 있는 회사에서 서른 명이나 되는 동료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조의를 표했습니다.

둘째의 고등학생 친구들 여러 명이 한 시간 반 거리의 장례식장을 찾아와 똥꼬치마를 입고 친구 아버지에게 절하고 위로를 전했습니다.


막내아들은 이제 남편만큼 훌쩍 커버렸습니다.


혹시 제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되면,

남편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애들 아주 잘 키웠어!'


저는 여전히 미안하지만, 그에게 칭찬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몇 년을 좀 더 열심히 키워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이렇게 우리 아이들 셋 잘 키워놨어. 나 좀 칭찬해 줘!'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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