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혼자서 척척 해내는 일들이지만,
남편 없이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이 많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자동차 엔진 오일을 제때 갈지 않아서
혹시 차가 멈추거나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던 날,
세 아이의 한 주 식량을 가득 담은 장바구니나 무거운 짐들을 옮기느라 쩔쩔매던 날,
체육 시간에 손가락이 골절된 아이 데리고 급히 병원에 뛰어갔던 날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혼자서도 거뜬히, 요령껏 잘하고 있습니다.
가끔 주변에서 아이 셋을 혼자 어떻게 키웠냐고 물으면,
‘로켓배송과 로봇청소기가 도와줬어요’라고 말할 만큼,
기술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아이들도 자라서
저보다 덩치 큰 짐꾼이 셋이나 생겼으니 짐을 나를 때는 오히려 넉넉한 기분마저 듭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세 아이를 혼자 돌보는 일이 쉽지 않았던 만큼,
아이들로부터 받는 기쁨이 세 배로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감동을 주는 순간순간,
그 기쁨을 나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할 사람이
이제는 세상에 없다는 것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아이들 자랑을 해본 지 참 오래됐습니다.
내가 느끼는 이 벅찬 감정들을
남편이 아니면 함께 나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학교 발표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아이의 기타 연주에 학교친구들과 다른 학부형들이 환호하는 영상을 보고,
1등을 하고,
토익 만점을 받고,
원하던 대학에 한 번에 합격하고,
장학금을 받고,
혼자 게임을 개발해서 베타버전을 완성하고..
다른 사람들과는 나누지 못해 혼자 간직한 이 기쁨들을
저는 여전히 그와 나누고 싶습니다.
해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그 빈자리는 여전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만들어가는 모든 기적 같은 순간들을,
이 반짝이는 모습들을,
나 혼자만 본다는 사실이 어쩐지 미안하기도 하고,
나 혼자만 간직하기에 너무나 아깝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자랑스러워해줄 누군가가 아쉽지 않을까 하지만 차마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빈자리이니까요.
그 빈자리가 남아 있다는 걸 서로 알고 있지만,
우리는 내색하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빈자리를 채워보려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