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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니에게

To. my guardian angel as you said

by 이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하니에게

사랑하는 우리 하니,


수능이 이제 120일 남았구나.

밤샘 숙제에 지친 네가 학원 가는 차 안에서 곯아떨어졌을때,

무더운 여름 땀띠가 가득 난 등에 약을 발라줄 때마다

엄마는 안쓰러움에 마음이 저리곤 한단다.


바쁘다는 핑계로 너를 충분히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뿐이야.

반면 우리 하니는 어릴 때부터 타고난 다정함으로 아픈 아빠를 살뜰히 챙기고,

엄마 마음까지 살펴주어 왔는데 말이지.

정작 엄마는 그렇게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더 미안하구나.


엄마는 힘들 때마다 네가 써줬던 수십 통의 편지와 카드들을 꺼내 다시 읽곤 해.

하니가 건네준 그 따뜻한 말들 덕분에 엄마는 지칠 때마다 다시 힘을 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단다.


하니가 이렇게 엄마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데,

부족한 엄마는 고3 자녀 응원 편지 쓰기를 하라고 해서 이제야 이렇게 편지를 쓰는구나.

그래도 엄마는 늘 마음속으로 너에게 이런 편지를 쓰고 있었던 것 같아.



고3 수험생 엄마로서,

너를 잘 챙겨주지 못하고 있어서 늘 미안하단다.

그래도 열심히 혼자 학원도 알아보고, 스스로 밥 챙겨 먹으며 공부하는 널 보면, 항상 고맙고 대견하다!


어릴 때부터 너는, 엄마아빠 없이 혼자 일어나야 하는 아침,

엄마가 일찍 출근하던 날이면,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동생 손을 잡고 교실까지 데려다주었지.

동생 선생님이, ‘누나가 대견하다’고 칭찬하실 때,

사실 엄마 가슴 한켠은 늘 찡했단다.

너도 어린아이였는데 말이지.


학교 계단에서 넘어져 씩씩하게 보건실에서 치료받다가

전화기 너머 엄마 목소리를 듣고 울음을 터뜨렸던 어린 하니를 생각하면,

그때 당장 달려가 안아주지 못했던 게 아직도 엄마는 미안하단다.



우리 가족이 가장 힘들었던 시련의 시간마다

하니의 밝은 기운이 우리들을 살렸어.

다정한 마음으로 동생을 돌보고,

따뜻한 가슴으로 언니를 위로하고,

맑은 눈으로 엄마를 다시 일으켜 세웠지.

그렇게 엄마는 너와 함께 위기를 이겨냈어.


어쩌면 지금 이 시기도,

네 인생에서 꼭 넘어야 하는 고비 중 하나일 거야.

그래도 우리는 함께 너무나도 크고 깊은 산을 넘은 경험이 있지.

그리고 그 모든 순간마다,

너의 따뜻함이 우리 가족을 붙들어줬다는 걸

엄마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단다.


엄마는 늘 믿었어.

우리 하니는 어느 학교를 가든, 어디서든, 무슨 일을 하든, 어느 조직에서든,

분명 인정받고 잘할 거라고.


지금 네가 목표로 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길이 있고,

그중 어떤 길로 가든

엄마는 네가 분명히 성공할 거라는 걸 믿어.


하지만 좋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야.

조금만 더 힘내자.

지금 이 몇 달이

앞으로 너의 삶을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 될 거야.


우리는,

인생의 결승점 없이 계속해서 달려가야 해.

그래도 네가 지칠 땐,

기댈 수 있는 엄마가 있고,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줄 가족이 있다는 걸 잊지 마.


너의 밝음이 엄마를 비춘 것처럼,

엄마가 하니의 앞길을 끝까지 응원하며 빛이 되어줄게.


사랑한다 우리 딸.


From your guiding light

세상에서 하니를 제일 사랑하는 엄마가



PS. 언니와 동생도 편지를 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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