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지막은 담백과 무심의 경계 어디쯤이었다. 그동안 좋았다거나, 감사했다거나, 덕분에 조금이라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등의 말은 없었다. 그 흔한 잘 지내라, 또 만나자는 인사도 없었다. 잠깐 동안 내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게 다였다.
헤어지기 전, 당신은 자신이 한 말들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때는 진심이었는데 돌아보니 아니었다며 너무 쉽게 많은 말을 쏟아낸 것 같아 부끄럽다고 했다. 몇 분 사이에 왔다 갔다 하는 감정도 다 들켰다며 머리카락을 움켜 잡았다. 말과 행동과는 달리 당신은 대체로 평온하고, 담담하고, 약간은 유쾌했다.
나는 당신과 대화를 나눠 좋았다고, 당신 덕에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당신은 입술을 살짝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언어를 통해 내 진심이 무엇인지 보았다고, 당신을 빌려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었다고, 당신과 내가 많이 닮았다는 고백은 꺼내지 않았다.
우리가 나눴던 책과 대화만으로는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나도, 당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당신의 말처럼 이 시간 때문에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좌절하는 날은 계속될 테고, 원하는 것을 가졌는데도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전의 당신과는 분명 달라졌다. 그러니 불안과 함께 오늘을 걷길 바란다. 당신은 당신을 믿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