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으로부터 모든 창조는 시작된다.(창조는 신의 영역이긴 해)
샐러드드레싱에는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기본 공식이 있다.
기름(주로 올리브오일)+ 산미(식초나 레몬즙) + 소금과 후추
그리고 그 나라의 약간의 허브나 향신료.
그리스식에는 오레가노, 이탈리안에는 바질, 프렌치에는 머스터드가 더해진다.
동 아시아의 킥은 간장과 참기름.
그래서 나는 서양 기본 드레싱+참기름 한 방울을 더한다.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그 작은 차이가 사람들의 표정을 바꾸고
그 표정을 보는 게 꽤 재밌다.
샐러드를 내놓고 슬쩍 묻는다.
“뭔가 색다른 향이 나지 않아? 어때 맞춰 볼래? ”
그러면 요리사 친구들의 자존심이 슬며시 작동하면서
각자의 머릿속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흠.. 그린오일?”
“아냐 프로덕트(공산품) 넣었어”
서로 눈치를 주고받고, 잠시 경쟁하다가,
정답을 알게 되면 결국,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또 어쩌다 정답을 맞혔을 때 그 승리감이란!
그리고 그 순간,
경쟁은 사라지고 웃음과 감탄만이 남는다.
작은 것 하나가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고,
서로의 거리를 조금 더 가까이 당겨준다.
그날은 인도네시아친구와 오지 친구를 초대했고
둘다 훌륭한 요리사 였다.
친구들을 백야드에 몰아넣어 고기 굽기 미션을 준 다음
달큰한 여름수박을 큼직하게 썰고, 페타치즈의 짠맛과
개성있는 향의 허브를 올리고
소스를 가볍게 섞어 뿌렸다.
음흉하게 제조한 샐러드를 올려두고
시작되는 우리만의 GUESS WHO? 게임
여름 수박 샐러드
재료(2~3인 기준)
수박 4분의 1 (오이 추가 가능)
페타치즈 80g
고수나 바질 (다져도 되고, 그냥 올려도 되고)
소스: 올리브오일 1큰술
참기름 1방울
레몬즙 1큰술
메이플 시럽 0.5
소금, 후추 약간
조리 시간:15분
조리법
1. 수박을 한입 크기로 네모나게 썬다.
2. 페타치즈와 다진 고수를 사이사이 올린다.
3. 올리브오일, 참기름, 레몬즙, 소금, 후추, 메이플 시럽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4. 소스를 샐러드 위에 뿌리면 완성.
요리를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 같다.
음식은 재료와 레시피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함께 웃고 나누는 사람들의 얼굴로 완성된다는 것.
참기름 한 방울이 만든 작은 변주 덕분에
친구들은 잠시 아이처럼 추리 게임에 빠졌고,
그런 친구들을 보고 있는 게 좋았다.
아주 작은 것 하나가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이들을 한자리에 한 생각에 앉힌다.
그 순간만큼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