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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H Jul 26. 2023

의대 유학 입학시험 준비하기

Ep3

11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가 장학금 신청 기간이다. 그리고 첫 번째 발표가 3월 초에 났다. 서류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고 난 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다. 취준생 때 계속되는 불합격 결과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아직 합격이 되진 않았지만 이런 기회를 준 것에 대해 이 세상에 감사했다.


 아직 2개의 관문이 남아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2차는 필기, 인터뷰/말하기 시험이다. 필기는 생물, 화학 두 가지를 보게 된다. 코로나가 아직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시험을 봤다. 앞에서 말했듯이 혼자 시험준비를 하고 싶어서 모든 자료를 구글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처럼 기출문제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알 수 있는 건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아주 간단한 Topic List밖에 없었다. 아무리 기출을 찾으려 해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 Topic List에 맞춰서 내가 스스로 정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Khan Academy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여기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다. 미국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 수학 등 강의를 마음껏 볼 수 있다. 공부를 너무 오랜만에 하는 것이라서 감이 안 왔다. 거기다가 Topic List만 주어진 채로 내가 문제를 풀 수나 있는 건지, Oral Test에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다. 정보가 없으니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그냥 혼자 열심히 준비했다. 같이 준비하는 사람이라도 알았다면 참 좋았겠지만 알 방법이 없었다.


 나는 시험을 헝가리나 한국도 아닌 터키에서 봤다. 학교에서 언제 시험을 볼 것인지 정확하게 (사실 대충이라도) 안 알려줬기 때문에 4월~5월 중순까지 나는 터키 여행을 했었다. 터키에 내 터키인 친구가 살고 있는데 그 친구도 의대생이라서 나랑 같이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고맙게도 그 친구가 남는 방에 내가 묵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터키 수도인 앙카라에서 여기저기 카페에 다니면서 나름 행복하게 공부했다.


 갑자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시험 시간은 다음 주였다. 남은 시간은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한 달 전이라도 좀 알려줬으면 참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필기 온라인 시험은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모르면 찍으면 되니까) Oral Test는 너무 걱정이 됐다. 한국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말하기 시험이라니. 될 대로 돼라 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시험 보는 날 나는 한국인이라서 시험 시간이 터키에서는 새벽이었다. 그리고 아침엔 Oral Test를 봤다. 직접 만나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로 만나는 것인데도 교수님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 심장이 두근거리고 떨렸다. 나는 만성 면접 불안증이 있는 것 같다. 면접만 보면 정말 머리가 새 하얘지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르겠다. 회사 면접도 아닌데 자꾸만 회사 면접처럼 느껴졌다. 거기다가 영어로 대답해야 하니까 더욱 무서웠다. 30분 넘게 시험을 본 것 같은데 그 시간 동안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교수님이 나한테 마지막에 학교 입학하기 전에 좀 더 공부해 와라 한 것만 기억이 난다.


 몇 주 뒤에 학교에서 나의 입학을 허가했다는 메일이 왔다. 혼자서 해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11월부터 준비했는데 벌써 5월이었다. 하지만 합격 발표는 아직 또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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