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다이어리 2] 6화. 제 2차 현타

묵묵히 현타를 겪어내고 있습니다.

by Bumsoo Kim



퇴근을 했다. 오늘은 글 2편을 마무리짓느라 애쓴 나에게, 따뜻한 미루가네 우동 한 그릇을 대접했다. 식사 후, 찌라살롱에 왔다. 찌라살롱의 아늑함을 느끼다 보니, 문득 내가 요즘 힘든 이유에 대해 궁금해졌다. 요즘 들어 현타를 맞는 일이 너무 많았다.


나름 글쓰기 잘 한다는 말을 들어온 내가 이렇게까지 박살이 나고 있을 줄이야. 이번 주에는 맛집 콘텐츠만 통과됐다. 사진 더 보강하라는 말과 함께. 후후. 수정을 다 마치고, 중요한 글까지 다 쓰고 나니, 이번주는 머리가 띵했다(오죽했음 지각까지 하냐 그래).




비마셀 5차원 파일을 펼쳐, 요즘 내가 왜 힘든지를 적어나갔다. 아, 그래. 나는 요즘 제 2의 현타를 겪고 있다. 나의 인생에서의 현타는 “내가 피로할 때까지 나를 밀어붙여서 나타난 결과물”이거나, “과거 관행과 지금 현재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신호이다.


지금이 아마 그런 것 같다. 광고대행사 직원 시절, 빨리 뜨고 빨리 인정받고 싶어서 생겼던 나의 구습들과, 지금 회사에 맞게 / 나의 유튜브 운영과 맞게 나를 변화시키는 지점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 같다. 그 이유들을 쭉 적어나갔다. 이유들을 쭉 적어나간 결과, 나의 심리 상태가 이런 결과물들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전쟁이라고 하면 전쟁일 수 있는, 참혹했던 기간들을 지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블로그의 신”, “블로그의 백종원”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블로그 코칭을 다닐 정도로 내 명예와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빨리 이루려고 하면 빨리 망한다고 했던가. 그 찬란했던 영광의 시대는 10개월 15일만에 막을 내렸었다.


그리고 나는 영광의 시대를 뒤로 하고, 유튜브와 브런치, 티스토리라는 새로운 영역에 안착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 심리 상태가 온전치 못했다. 사실과 생각 구분하기가 전혀 되지 않았다. 칭찬과 영광, 고수익은 어디로 가고 나는 그렇게 다시 밑바닥으로 내려왔는가. 내가 밑바닥이기에, 타인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는가, 그렇기에 나는 내가 속한 곳에서 존재감 없는 유령이 되어가는가......



그게 싫었던 거였다. 빠른 시간 내에 과거 영광의 시대로 귀환하고 싶었다. 칭송받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내가 너무 싫었다. 아마 자연인으로서의 나는 스카이캐슬의 김혜나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아버지 없이 엄마 밑에서 자란, 스카이캐슬에 나온 집안 사람들하고는 근본부터가 다르고 유전자도 다른 인간이라는 것.


그게 싫어서 진짜 아등바등 살아온 것이었는데, 이제 막 한서진이 되려던 찰나에 웬 곽미향이나 김혜나스러운 내 모습을 봐야 하는 것인지. 이 문제가 이번 주 내내 나를 힘들게 했다. 그 힘듦의 시간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곽미향이고 김혜나고 뭐고, 내 영광의 시대가 뭐 어쨌건 간에 “현재의 업무대로 나를 변화시키는 길에 서자, 이번 2차 현타를 묵묵히 겪어보자”라고.


01.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번 제 2차 현타를 이겨내기로 하고, 내가 결심한 게 있다. 바로 내가 잘하는 것을 아낌없이 하자. 첫 번째로, 나는 모델링을 잘한다. 이는 인큐에서도 인정받은 나의, 나를 사랑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영광의 시대 당시, 나는 손석희를 모델로 삼아서 나를 키웠다. 덕분에 일에 있어서 완벽성을 추구하는 나로 만들 수 있었다. 제 1차 현타 후, 나는 나를 발전시켰고, 네이버 상위 0.001%의 위치에 올랐다.


지금 내가 모델링하는 대상은 윤소정 선생님과, 사마의다. 일하다 막힐 때, 힘들 때, 퇴근하면서 먹먹함을 느낄 때, 나는 조용히 내 아이패드를 꺼내 배경화면을 잠시 본다. 소정쌤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 처했을 때,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실까? 혹은 지금 같은 내 상황을 겪으셨다면 어떻게 대처하셨을까를 홀로 생각해본다.


사마의를 모델링하며, 나는 나와 내 주변 정세를 바라본다. 과연 지금 내가, 힘있게 나의 주장대로 모든 것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위치인가 아닌가를. 그러다 보니 주변 정세를 보는 눈이 조금씩 열리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상대도 원하는 것이 있다, 그러니 나의 이익과 상대의 이익이 합일하는 지점을 찾아보자 이런 식으로.


적어도 올해, 윤소정 선생님과 사마의 모델링만 제대로 해내면, 영광의 시대를 뛰어넘는 나의 제 2의 전성기를 열 수 있지 않을까? 나의 힘으로 말이다.




두 번째. 콘텐츠의 방향은 리뷰로 정했다. 지금 현타라서 그렇지, 내가 인큐 기자단 / 국민은행 책 콘텐츠 크리에이터 / 광고대행사 / 지금 현 회사 등 내가 원하는 일을 쟁취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내 “리뷰 실력”이었다. 꾸준함, 그리고 쓰는 족족 작가님과 인터뷰이에게 인정 받은 내 작품들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영상 리뷰도 마찬가지. 작년 뉴 닌텐도 2DS XL 리뷰 이후, 내 채널의 색이 잡혔다. 그 콘텐츠 이후로 거의 모든 콘텐츠들이 수직 상승했고, 공감율은 무려 93%에 달한다. 아, 그래. 맞아. 나는 리뷰를 참 잘했지. 그 리뷰의 실력과 꾸준함이 있었기에 내가 크리에이터의 길로 갈 수 있었던 것이지.





1월의 어느 날 밤, 아늑한 찌라쌀롱에서 책읽찌라 유튜브를 보며 홀로 깊은 생각을 했다. 하마터면 2차 현타 때, 바보같은 일을 할 뻔 했다. 내가 나의 장점을 모를 정도로 결과에만 집착하고, 순간에만 집착할 뻔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장점인 모델링을 통해 나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자타가 모두 공인한 리뷰 실력을 잊을 뻔했으니 말이다.


02. 이퇴위진, 욕속부달



출근 전, 홀로 생각하며 사마의 책에 나오는 구절을 필사한 게 떠올랐다. 뜨기 위해서라면 저격 컨텐츠 등을 만들던지, 아니면 대놓고 사회 이슈를 다루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사마의의 “이퇴위진, 욕속부달(물러남으로써 나아간다. 빨리 하고자 하면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의 초식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제 2의 영광의 시대를 만드는 길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 10개월 15일만에 끝난 내 제 1의 최전성기처럼 짧은 전성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한발 물러나고,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지 않아도 좋다고. 사마의와 소정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현재 이 순간을 묵묵하게 걷겠다고.



느려도 좋으니, 나는 내 제 2의 최전성기를 만들 것이다.



나의 목표는 “인생에서 한번쯤 대도서관처럼 자수성가해보는 것, 해피새아처럼 독자들과 사회에 도움 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둘 다 4명의 구독자, 168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로서는 갈 길 먼 꿈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제 2차 현타 때, 제대로 나를 만들어 볼 작정이다.


파이널 컷 프로를 잘 쓰며, 불곰보다 더 강력한 나만의 커뮤니티 채널을 만들어 낼 것이다.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내 콘텐츠를 고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그게 내 길이라면 가겠다. 사마의의 “이퇴위진, 욕속부달” 정신과, 소정쌤의 “자기를 키워갔던 방법”을 모델링하며, 나를 만들 것이다. 내 제 2의 최전성기를 만들 것이다. 느려도 좋다. 제대로 된 전성기를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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