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을 보내고 나니
입사한 지 1달이 지났다. 앞으로 수습은 2개월 남았다. 크리에이터로서 한 회사를 다닌 것이 처음이다. 그 처음 중, 1달을 마쳤다. 1달간 피곤한 날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나의 글을 점검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나의 소셜 채널 운영 전략도 재검해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와 닿았던 것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역대 최강 빌런인 청파동 피잣집을 위해 백종원이 해준 조언이었다. 피잣집은 자기 입맛대로 해석한 잠발라야와 멕시코풍 닭국수를 내놓았다. 충분한 연습도 없었던 채로. 당연히, 평가는 역대 최악이었다. 시식단 중 20명 전원이 돈을 내고는 못 먹겠다고 말했으니. 그런데도 그 피잣집 사장은 “아직 생소해서, 저 음식이 대중성이 떨어지니까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 사장의 착각이었다. 20명의 시식단이 내린, 안 가겠다고 한 이유는 바로 “맛”이었다. 난해한 맛, 음식을 이렇게까지 못할 정도의 맛이라는 평가였다. 여기서 백종원은 그 사장에게 말한다. “무슨 일을 하던 간에, 내 눈높이에서 남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이 말은 곧, 내게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작년 한 해, 나는 내 방식대로 세컨드 블로그를 키워, 41만 방문자까지 달성했다. 그리고 유튜브 또한 1달 만에 구독자 수 50명을 넘게 증가 시켰다. 자연스레, 내 방법이 옳은 줄 알았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내가 자만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목이 높은 대표님을 모시다 보니, 내 글이 쓸데없이 길었다는 걸 알게 됐다. 미사여구가 가득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내 글에 공감 수가 안 달린 것에 실망했다.
어쩌면, 나도 골목식당 사장님처럼 내 기준에서 생각했기에 그럴 수 있다. 원래 내 글의 강점은 뚝뚝 떨어지는 간결성이었다. 하고자 하는 말이 강했던 거였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모르는 것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확신이 없는 글을 쓸 때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글이 안 써질 때가 많았다. 완성된 글을 가지고 상급자 분들과 글을 첨삭할 때, 참 부끄러웠다. 내가 그들 기준이 아니라, 확신이 없이 미사여구만 가득한 글을 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공했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런 점을 캐치하지 못했단 사실이 부끄러웠다.
두 번째는 소셜 채널 운영에 있어서였다. 불곰 블로그 저품질 사건 후, 나는 불곰을 버렸다. 내가 새롭게 키우는 블로그 링크를 달고 이쪽으로 오시라고 안내했다. 그런데 웬걸? 불곰 블로그 1만명 구독자는 계속 그 블로그에 상주하고 있었다. 내가 새롭게 운영하는 블로그 등으로의 유입은 거의 없었다.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사람들은 내가 솔직하게 깨지고, 부셔졌어도 인큐에서 성장한 기록을 남긴 걸 좋아했었다. 책리뷰를 좋아했었다. 근데 그런 사람이 게임 리뷰를 쓰고 있는 블로그로 오라고 했으니 의아했을 거다. 그래서 안 움직였나보다.
이걸 최근, 불곰 블로그를 다시 열면서 깨달았다. 다시 불곰 블로그를 열었을 때, 5분도 안 되어 기존 구독자로부터 다시 돌아와줘서 반갑다는 댓글이 달렸으니까. 결국, 내가 이 두 사건으로부터 배운 점은 이것이었다.
크리에이터는 자기 눈으로 대중을 판단하면 안 된다
그렇다. 크리에이터는 구독자가 있어야, 콘텐츠를 봐주는 대중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직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콘텐츠가 대중들에게 이해가 제대로 되는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어떤 채널을 선호하는 지, 구독자들이 어떤 채널을 더 자주 이용하는지 보며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내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쓰기로 했다. 그리고 책은 네이버, 게임 및 영상은 유튜브, 일기는 브런치에 나눠서 올리기로 했다. 아, 빌런에게 한 수 배운 듯하다. 정확히는 백대표님에게 한 수 배운 것이지만.
오늘 크리에이터 다이어리는 뭔가, 배움일지로 마무리를 맺는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