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은 건, 네 탓이 아니야

동료와 함께하는 동기 부여

by 임희걸

브라질이 축구를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입니다. 월드컵 총 5회 우승,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승 기록을 가진 나라입니다. 상파울루 시립 경기장 파카엥부 내에는 축구 박물관이 있습니다. 박물관의 전시실 중 하나에는 브라질 사람들이 공대신 가지고 놀았던 물건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둥글고 찰 수 있으면 무엇이든 공으로 사용했습니다. 코코넛, 통조림통, 천 뭉치까지 금방 공이 됩니다. 그만큼 브라질의 축구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브라질에서 축구가 사랑받는 이유는 공과 공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저렴한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축구라는 말은 브라질 아이들에게 희망과 같은 단어입니다. 공부로 성공하겠다는 아이는 2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학생의 80%는 축구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축구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어마어마합니다. 브라질에는 약 1,000개의 축구 클럽이 있고 브라질 리그에는 1~4부가 있고 각 주의 리그도 1~4부로 이루어집니다.


브라질은 어떻게 축구에 푹 빠지게 되었을까요? 브라질 아이들은 왜 축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까요? 브라질이 축구를 사랑하게 만든 원동력을 알아낸다면, 한 집단 전체가 자기 일을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답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집단 구성원이 열정을 쏟게 만드는 열쇠는 사회적인 암시입니다. 한 사회 곳곳에 어떤 행동의 가치를 의미하는 암시가 숨어있으면 사람들은 모르는 새에 조금씩 영향을 받습니다. 수시로 보이는 암시 메시지 때문에 서서히 가치 기준이 달라집니다. 브라질은 축구 관련 사회적 암시가 많습니다. 축구 암시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재미, 즐거움, 희망, 꿈과 같은 가치를 형상화합니다.


그럼 과연 브라질 곳곳에 축구와 관련된 암시가 얼마나 숨겨져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수도 상파울루 시내는 온갖 축구 관련 정보로 넘쳐납니다. 축구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여주는 TV, 축구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광고판, 사람들 간의 대화도 축구 일색입니다. 브라질에 1시간만 있어 보면 100개 이상의 축구 암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면 축구가 하나의 신앙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은연중에 열정에 감염된다


동료나 주변 사람의 생각은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걸핏하면 퇴직을 떠올리는 것은 단순히 우리 의지 때문만은 아닙니다. 열정적이고 의욕에 찬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우리의 열정도 불타오릅니다. 반대로 의욕이 없고 부정적인 사람이 많은 직장에서는 열정이 생길 리 없습니다.


현대 사회에는 모든 선택은 개인의 몫이라고 믿는 ‘개인주의’에 취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고, 사실상 혼자서 내리는 결정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믿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주변 사람과 비슷한 선택을 하고 그들의 행동을 모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모방은 동기 부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인의 긍정적인 동기가 영향을 끼치면 우리의 태도도 바뀌고 업무 성과도 달라집니다.


작가 론 프리드먼은 로체스터 대학 연구진과 함께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단어 퍼즐 맞추기를 시켰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매우 평범한 실험처럼 보입니다. 이 실험이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의 의욕에 영향을 미치도록 그들 사이에 슬쩍 연기자를 넣었다는 점입니다. 실험 중간 대기실에 연기자를 투입하여 고의로 실험 정보를 흘렸습니다.


A그룹 참가자들이 모든 대기실에는 열정적인 연기자가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실험이 얼마나 재밌고 흥미로운지 수다를 떨어 댑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그 사람이 연기자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반대로 B그룹 대기실에는 의욕이 전혀 없는 연기자가 들어갑니다. 연기자는 말 끝마다 불평을 하고 돈 때문에 이따위 실험에 끼게 되었다고 투덜거리죠. 과연 퍼즐 맞추기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예상하셨겠지만 열정적인 연기자가 들어간 A그룹의 성과가 훨씬 높았습니다. A그룹은 평균 17.6개의 퍼즐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나 돈만 밝히는 부정적인 연기자가 들어간 B그룹은 12.8개 밖에 맞추지 못했습니다. 같은 낱말 퍼즐을 맞추었는데도 무려 37.5%나 성과 차이가 발생하였습니다.


실험 참가자 누구도 대기실에서 힌트를 들은 사실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열정에 감염되는 현상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단지 몇십 초뿐이었고,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이런 영향이 생겨났습니다.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암시를 제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모르는 새에 그 메시지에 따라 행동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동기 부여는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요즘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는 것도, 슬럼프에 빠진 것처럼 업무 효율이 오르지 않는 것도 모두 당신만의 탓은 아닙니다. 개인주의 사회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모르는 새에 내가 왜 이럴까 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과는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고 동기 부여는 어느 정도 조직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지나친 짐은 내려놓는 편이 좋습니다.


함께 일할 사람을 전부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만,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휴식 시간만이라도 어울리는 사람을 가리는 편이 좋겠습니다. 가급적 긍정적이고 열의에 차 있는 사람을 많이 만나보세요. 그러면 어느새 나도 그 열정에 전염됩니다. 주변에 "때려치우고 싶어!"라는 말을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조금 멀리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당신이 리더라면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작은 암시를 곳곳에 많이 만들어 두세요. 실리콘 밸리의 일류 기업들이 복도에는 예술 작품을 걸고, 직원들이 많이 마주치도록 사무실 구조를 만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말로만 해서는 사람들을 움직이기 쉽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를 많이 만들어두면 이것들이 암시로 작용합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어느새 푹 젖어들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적 암시는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의 가치를 이곳저곳에 심어둔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직 암시가 충분치 않을 때는 마치 이러한 노력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때 아이들에게 책 읽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 거실을 도서관처럼 꾸미는 인테리어가 유행했습니다. 그러나 인테리어를 바꾼 집 중에는 정작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 않아 실망한 가정도 많습니다. 책만 사다 두었을 뿐 부모님이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거나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를 게을리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함께 열정을 발휘하게 만들기... 참 쉬우면서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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