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못 알아본 내 재능을 알아본 사람

내 열정을 폭발시키는 동료의 존재감

by 임희걸

‘신상필벌!’


동기 부여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리더들이 외치는 메시지입니다. 제가 함께 일했던 리더 중에는 명확한 성과 보상과 책임 부여가 동기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조직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평가 보상 제도를 탓하곤 했지요. 물론 기본적인 보상 제도를 제대로 갖추어야 조직의 방향이 명확해집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섬세한 존재를 너무 쉽게 단정 짓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여러분은 돈만 주면 언제든 열정에 차서 일을 하는 그런 존재인가요?


저는 함께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더 믿습니다. 평가 보상제도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돈보다는 따듯한 동료의 말 한마디, 함께 하는 관계의 힘이 동기와 열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료의 한 마디로 최고의 성과를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여다볼까요?



네 가치를 증명해다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었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에는 리오넬 메시라는 독보적인 선수가 있었습니다. 메시는 소속 팀 바르셀로나를 20회 이상 우승으로 이끌어 현대 축구의 일인자로 불렸습니다. 수비수 4~5명 정도는 쉽게 제쳐버리는 메시의 개인기에 축구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승전은 역시나 팽팽한 경기였습니다. 전, 후반이 모두 끝나갈 때까지 양 팀은 0대 0의 치열한 접전을 이어갔습니다. 서로의 실력이 막상막하여서 쉽게 결론이 않았습니다. 전후반이 모두 끝나기 2분 전 고뇌하던 독일 뢰브 감독은 모두가 경악할만한 결정을 내립니다. 갑자기 그때까지 문제없이 잘 뛰던 팀의 에이스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빼낸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점은 대체 투입하기로 한 선수가 마리오 괴체라는 풋내기 신인이었습니다.


당시 괴체는 조별 리그에서 1 경기만 뛴 상태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뢰브 감독은 이 선수가 경기의 판도를 바꿀 카드가 되리라 판단했습니다.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운동장에 들어서는 괴체에게 뢰브 감독이 결정적인 한 마디를 건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네가 메시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 다오.”


이 한 마디가 괴체의 잠재력을 폭발시킵니다. 연장 후반 8분, 마리오 괴체는 결승골을 터트립니다. 이 결승골로 독일은 아르헨티나에게 1:0으로 승리하였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캐롤 드웩 박사는 동기 부여의 비밀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녀의 연구 중에서 언어를 통한 동기부여 부분을 보면 괴체의 잠재력이 폭발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드웩 박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이 상황에서 나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 가치가 있지?’라고 질문합니다. 사람은 사회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나의 가치와 쓸모를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고민합니다. 그 고민 속에서 ‘네 존재 가치는 이거야!’라는 메시지를 만나면 그의 가슴속에는 퍼엉~하고 놀라운 열정의 화산 폭발이 일어납니다. 일단 가슴속에 재능의 마그마가 펄펄 끊어 넘치면 이후부터는 쉽게 말릴 수도 없을 정도로 몰입 상태에 빠져듭니다.


독일 대표팀의 뢰브 감독이 아직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던 선수를 중요한 순간에 쓴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두 팀 모두 세계 최고의 강팀으로 계속 비슷한 방법으로 싸워서는 결판이 나지 않을 상황이었습니다. 새로운 잠재력을 분출시킬 수 있다면 이 평형 상태를 깰 수 있다는 생각이 명장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마디로 아직 덜 다듬어진 선수의 내면 깊은 곳에 있던 능력을 끌어올립니다. 그 선수의 존재 가치를 극대화하는 한 마디로 말이죠.


주변 사람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이룬 것은 모두 스스로 잘해서 그런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늘 우리 곁에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했던 과목, 좋아했던 운동, 좋아했던 취미... 그걸 추천한 누군가가 있지 않았나요? 직접적인 추천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그걸 좋아하는 모습을 문득 보았던 건 아닌가요? 많은 경우 우리 곁에는 작은 불씨를 붙였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를 불타게 만드는 동료의 힘


<인터스텔라>,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의 주인공 매튜 맥커너히. 워낙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다 보니 그의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모르는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데 맥커너히는 원래 영화배우가 될 운명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배우가 되기는커녕 영화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영화를 본 경험도 손에 꼽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영화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불현듯 그에게 영화 분야에서 일하면 어떻겠냐는 말을 던집니다.


"너 영화감독하면 참 잘하겠다."


비록 맥커너히의 연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보아 온 바에 의하면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구성하는 재주가 있다는 점을 친구가 떠올린 것이죠. 아마 친구는 맥커너히가 감독에 딱 어울리리라 생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전까지 법대에 가려고 생각하던 매커너히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영화와 관련된 학과에 진합니다. 그리고는 영화배우의 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개인 투자자는 자신이 직접 고른 주식에 대해서는 맹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잃고 나서도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런가 하면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도전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동료가 보기에는 평소 의견을 조리 있게 잘 전달하는데도 스스로 프레젠테이션에는 자질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우리의 강점을 말해주는 동료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만약 동료의 평가가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걸 계기로 자기효능감을 키우고 진짜 강점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가짜 약이라도 환자가 진짜로 믿으면 증상이 치료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긍정적 착각은 우리의 능력을 강화시켜 정말로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나를 지지해주는 동료가 있다면 더 오래, 끈기 있게 해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프리얀카 카 연구팀은 어려운 주제를 내주고 함께 문제를 푸는 동료가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았습니다. 실험 참가자 35명은 유럽 지도에 나라별로 색을 칠해야 했습니다.


그냥 보면 쉬워 보이지만 몇 가지 단서 조항으로 문제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인접한 국가 간에는 반드시 다른 색을 칠해야 하고, 색은 5가지 이내로 쓰는 조건이었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서로 붙어 있기 때문에 전부 다른 색으로 칠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5가지 색을 넘기가 일쑤였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수학자들이 고안해 낸 것으로 수학적으로 아주 어려운 문제 중 하나입니다. 답을 구하기 불가능하므로 오랜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게 핵심이었죠.


연구진은 실험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A그룹에는 참가자 이름과 함께 동료의 이름이 적혀있는 카드를 주었습니다. 필요할 경우 카드에 적힌 동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물론 실제 동료는 없었습니다. B그룹은 비교군으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B그룹이 받은 카드에는 혼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참가자 자기 이름만 적혀있었습니다. 즉 A그룹은 만일의 경우 동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했고, B그룹은 혼자서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했던 것입니다.


실험 결과, 함께 문제를 푸는 동료가 있다고 믿은 A그룹은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과제에 도전했습니다. B그룹에 비해 색칠을 더 오래 하고, 인내심이 높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제를 할 때의 스트레스와 피로도는 훨씬 더 적었습니다. 이 실험은 혼자서 일을 하면 오래 버틸 수 없고, 쉽게 피곤해지고, 결과적으로 성과도 낮아진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관계의 무거움과 필요성 사이에서


우리가 직장 생활을 어려워하는 것은 인간관계 때문입니다.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이유도 관계에 지쳐서이고,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이유도 관계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 사이가 이토록 어렵다는 말은 다르게 보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 됩니다. 관계 속에 성장이 있고, 관계 속에서 동기가 부여되니까요. 때로는 혼자 밥을 먹으며 사람 사이의 얽힘에서 피해도 좋겠습니다. 관계에서 벗어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추스르고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관계 자체를 맺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혼자 동기 부여하고, 열정을 불태우고, 끈기를 발휘하기에는 세상이라는 곳이 너무나 넓고 험합니다. 혼자서 이 삶의 무게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한 명이라도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든다면 상황이 나아집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만도 큰 위로가 되지요. '아 누군가는 내 곁에서 같이 걷고 있다.'는 느낌 말입니다.


뻔한 리더십 이론처럼 훌륭한 리더 한 사람이 조직을 변화시키고 동기를 부여하고 그런 일은 리얼 월드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책과 달리 실제로는 탁월한 리더가 별로 없으니까 조직을 망치지만 않아도 감사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좋은 동료는 많이 있습니다. 따듯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동료, 분위기가 험악할 때 슬쩍 코코아 한 잔을 내미는 선배, 부장님에게 깨지는 날 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주는 후배... 이들이 동기 부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의 얽힘이 종종 짜증 나지만 때론 그들이 나를 웃게 만들이죠. 그래서 오늘도 회사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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