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
한 달에 한번, 혹은 승진 발표에 맞춰서 괜히 부서의 팀워크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우리 유전자에는 그럴 때 회식을 했다는 기억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 팀장은 회식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고 각자의 일정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막내가 웃으며 캘린더를 꺼낸다.
최근 구워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가 줄어들었... 음에도 불구하고 고깃집을 선호한다. 횟집에 가면 딱 차고앉아 소주를 마시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다. 막내 입장에서는 그냥 적당히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삼겹살 구이집이 적당하다. 아무래도 사장님이 계속 음식을 가져다주는 장소는 불편하다.
업무 종료시간이 되자마자 누군가가 '가실까요..?'라고 말한다. 부정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상황이다. 회식장소로 걸어가는 기분은 그리 좋지 않지만 그래도 허기가 져서 뭔갈 먹고 싶기는 한다. 참 사람 식욕이라는 게 무섭다. 이래서 회식 시간을 오후 세시 정도로 잡지 않은 모양이다.
삼겹살 집에 가면 불판이 예열되는 시간을 포함해 1~20분은 소강상태이다. 약간의 실랑이를 거쳐 테이블별로 굽기를 담당할 분이 정해지고 고기가 배달된다. 사실 대부분 고기는 구울 수 있다. 불판이 뜨거울 때 올려서 적당할 때 뒤집고, 가위로 자르는 행위는 우리 딸도 할 줄 안다. 그런데 그걸 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도 신기하다. 그냥 집게를 불판 위에 두고 눈 가는 사람이 잡아서 뒤집고 자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든다.
이야기의 주제는 보통 최고 연장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간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기한 것은 연장자의 소재는 마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풀이 있어서 10개 이야기 중에 8가지 정도는 지난번 회식과 겹치고 2가지 정도는 순환한다. 아마 한 15개 정도의 풀이 있고 거기서 랜덤으로 나오는 듯하다. 들으면 매번 들어지는 게 신기하다.
삼겹살 집에서 배가 점점 불러지고, 더 이상 다른 고기 맛이 궁금하지 않을 때쯤, 누군가 "밥 시킬까요"라는 구원의 외침을 해준다. 그럼 우리는 이 자리의 종말이 도래했음을 직감한다. 하나씩 마지막 소원을 빌듯 공깃밥 또는 냉면, 소면을 외친다. 이제 그때까지만 여기에 있으면 되는 것이다.
밥상 위의 잔해가 정리되고 마지막 식사가 들어온다.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이 자리에서 나가서 혼자 걸으며 아메리카노 또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 생각을 하니 들뜬다. 연장자는 밥을 빨리 먹는다. 그리고 막내는 밥을 미처 다 먹지 못하고 일어난다. 국물애 젖은 공깃밥이 보인다.
이제 가게 앞에 선다. 우리는 뭔가 마음이 딴딴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기분은 많은 대화를 했고(어떤 사람은 들었고) 함께 사적인 시간을 나눴다는데서 기인할 것이다. 내일 보자는 인사와 한잔 더하고 싶은 마음이 뒤섞이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지만, 어떤 이의 선제적 작별인사에 판이 깨진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각자 종종걸음으로 삼겹살집 앞을 벗어난다.
어떤 사람은 친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 맥주를 마시자고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버스시간을 알아볼 것이다. 그렇게 하루 저녁 시간은 흘러가고, 내일이 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