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 복사꽃

by 일뤼미나시옹

복사꽃이 만발했습니다. 목책으로 둘러 쌓인 복숭아 밭이 절정의 봄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나무들은 마치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발레리나처럼 우아하게 차려입었습니다. 하늘엔 빛이 구름과 어울려 또 하나의 정원입니다. 저 멀리 푸른 산이 둘러 있고 키 큰 나무들과 허술해 보이는 집들이 서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풍경에 아주 익숙하고 또 쉽게 물리기도 합니다. 자연은 영원히 회귀하지만 인간은 일회적인 직선의 삶을 삽니다. 그림의 왼쪽 아래 땅과 한 몸이 된 여인이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동격이 되는 때입니다. 우리는 복숭아나무 한그루만큼 이 세상을 위해 내눟은게 없습니다. 우리는 이 세계에 빌붙어 살고 신세만 지다 맙니다. 복숭아 밭에 허리 굽힌 여인의 노동은 나무가 피워낸 하얀 복사꽃에 다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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