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한 번의 봄이 아니라, 한 주간의 봄꽃, 혹은 한 주간의 여름의 끝에 만난 꽃이었다면 나는 만족하리. 또한 그가 나를, 한 밤의 꿈인 듯 스쳐 지나간 한 순간 꽃 보듯 보았고, 내 안에 만개한 마음을 보았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리. 나는 깨닫지 못하리. 다만 살아가던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깨달아버린 삶을 살아냈을 것이고, 내가 <너>를 이렇듯 보았다면. 이러한 <너>를 곳곳에서, 수 없이 만났다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하리.
여름의 시작이고 봄의 끝에서 나는 맨 발에 땅을 밟으며 씨 뿌리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가 한 다발의 꽃처럼 보일 것이다. 내게 꽃다발은 화장을 하고 봄 옷을 입고 스카프를 휘날리는 공기 중에 향수가 풍겨지는 그런 <너>는 아니다. 내가 너를 본다는 것은, 내 안에 나의 본성이 너와 닮았을 때에만 보이는 나이면서 바로 너인 것. 다만 지금은 '층층나무'라고 명명하는 것일 뿐.
Carle John Blenner - Dogwo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