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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윤 Oct 03. 2020

EU 플랫폼 규제 진행 상황

Digital Services Act 초안의 주요 내용


방금 전 알게 되었는데, 2020년 9월 30일 폴리티코(Politico) 보도를 통해 현재 작업중인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DSA') 초안의 내용이 일부 공개되었다고 한다. 최근 여러 차례 플랫폼 세미나, 논문 등을 통해서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듯이 유럽연합은 현재 디지털 플랫폼을 타깃으로 한 규제(ex ante regulation) 도입을 준비 중인데, 그 진행 상황과 주요 내용 일부가 공개된 것이다. 아쉽게도 원본 전체가 유출된 것은 아니며 관련 내부 문서들(3가지나?)을 기자들이 눈으로 확인하고 주요 내용만 보도되었다.


위 내용에 따르면, 일단 집행위원회는 지난 규제개시영향평가서(Inception Impact Assessment, 'IIA') 에서 제시되었던 선택지 중 세 번째 방안(Option 3)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디지털 서비스법(DSA)의 적용 범위를 "GAFA"라고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들로 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업자들의 이름이 법률안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학술적으로 자주 사용되어 온 "게이트 키퍼(gatekeepers)"라는 개념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서는 '다른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접촉하고 온라인 시장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지위(indispensable)'를 지닌 사업자들이라고 설명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indispensable"이라는 표현은 경쟁법상 거래거절 위반행위의 엄격한 요건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법문에 들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기사에는 안나오지만 게이트 키퍼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아마도 제10차 독일 경쟁법 개정안 제19a조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음으로 규제 내용인데, 게이트 키퍼 사업자들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의무를 부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결정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금지되는 행위 목록을 규정하는 블랙리스트(black-list) 방식(Option 3a)이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의무는 온라인 중개 서비스들, 온라인 검색 엔진, 운영 체제(OS),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언급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마이크로소프가 사정권 안으로 들어오게 된 점이 흥미롭다. 구체적으로 금지되는 행위 유형으로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기편애 행위(self-preferencing)와 애플, 구글과 같은 운영체제(OS) 사업자들의 경우 자사 앱들의 배타적인 사전설치(pre-installing) 요구 행위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더하여 '게이트 키퍼' 사업자들은 자신의 플랫폼들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플랫폼 이용업체들에게 공유하지 않는 한 자신들의 사업에 이용하는 것이 금지될 수 있고, 이들의 장래 기업 결합에 대한 신고 의무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즉, 기존에는 신고 의무 대상이 아니었던 작은 거래도 이들의 경우에는 신고 의무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집행위원회는 식료품 불공정거래행위 지침(Directive 2019/633)에서 그랬던 것처럼(See e.g. Article 3(2)) 그레이리스트(gray-list)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자세한 설명이 없어 정확하진 않지만, 블랙리스트에 분류된 행위들이 당사자간 합의 상관없이 무조건 금지된다면, 그레이리스트로 분류되는 행위들(예컨대 이용업체들의 데이터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 플랫폼 사업자 자신이 이용 업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둘에 대해 다른 가격을 제안하는 행위 등)은 합의 등 일정 조건 하에서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은 주로 경쟁 관점에서 플랫폼 규제에 대한 내용이며, 이외에도 전자상거래 지침(e-Commerce Directive)을 개정하여 불법적 컨텐츠의 유통과 관련한 규제 강화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현재 일부 내용이 공개되는 초안은 물론 앞으로도 계속 수정이 이뤄질 수 있으며, 집행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통과해야 하고(최종안은 12월 발표로 에정되어 있다) 이후에도 의회와 이사회를 오가면서 상당한 수정을 거칠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 집행위원회는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과 관련하여 조사 중에 있으며(일명 Apple v Spotify), 아마존의 플랫폼 발생 데이터 이용 행위가 조사 중에 있다는 사실 등을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현재의 골격은 최종안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 같다. 한편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는 다음주 월요일 하원 보고서가 발표될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플랫폼 규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어디까지 나아갈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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