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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style Mar 31. 2024

밥 한번 먹읍시다!

회사문화 답사기 19

B2B 현장 세일즈맨이 두려워하는 세 가지가 있다.


☞ 낯선 사무실의 도어 손잡이

☞ 처음 명함을 건넨 고객

☞ 혼자 먹는 점심


첫 세일즈를 복사기와 팩시밀리로 시작했을 때 무작정 Door to Door 방문으로 낯선 사무실 도어를 노크하고 차가운 도어 손잡이를 움켜쥐기까지 쉽지 않았다.


방문 공포증이 있지는 않았으나, 신규 고객방문의 루틴이 몸에 체화되기 전까지는 민망함이 밀려오고 직전 방문업체에서 푸대접이라도 받고 나면 심기일전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했다.


빌딩타기 방문을 할 때는 층마다 있는 화장실을 제일 먼저 확인하고 미적거리는 마음을 강화하기 위해 몇 번을 들락날락하면서 용모를 확인하고 심호흡을 하고 마음속으로 "안녕하십니까?"를 삼 세 번 외치는 행동이 필요했다.


고객은 항상 안녕했다.

그들은 불쑥 찾아간 나에게 관심이 없었음이 당연했고 세상의 모든 일을 다 껴안은 듯 바쁜 그들은 외지세계에서 온 세일즈맨을 환대할 줄 몰랐다. 아니 환대할 이유가 없었다.


고객이라는 단어는 세일즈맨인 나의 단어였고 그들은 그냥 '모르는 사람'이었으니

나와 상관없이 늘 안녕했다.


고객을 만나기 전 십 미터 전

낯선 업체 도어의 손잡이도 안녕했다.

그것은 태생이 금속이라 단단하고 차갑고 어떤 놈은 도어가 무거워 쉽게 열려주려고 하지 않는 압력도 지니고 있었다.


살짝 열려있는 사무실 도어를 만나면 기뻤다.

차갑고 두툼한 썩 유쾌하지 않은 도어 손잡이 느낌을 피할 수 있어서...


방문세일즈 석 달이 지나니 타깃빌딩의 모든 도어손잡이를 씩씩하게 단숨에 잡아 밀고 다녔다. 루틴의 힘이 자동화된 것이다.


세일즈를 시작하면

이겨내야 할 허들 레이스가 시작된다.

첫 코스가 도어 손잡이 쉽게 잡고 열기와 같은 어프로치 행동의 루틴이고 이것은 단단한 마인드셋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나는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메신저다'


고객이 내가 제안하는 가치를 인정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고 나의 근무장소는 고객 사무실이므로 낯선 도어 손잡이쯤은 쉽게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한 대면의 쑥스러움이 거의 없었던 나였지만, 세일즈 목적으로 낯선 사무실이나 공장을 무작정 방문한 후 고객을 대면하는 첫 순간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본인의 업무에 한창 바쁜 와중에 관심사도 없는 회사의 세일즈맨이 불쑥 나타나서 인사하고 명함을 내밀며 시간을 좀 뺐겠다고 하는 것이니 냉담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인터넷 시대 이전의 90년대 세일즈 활동에서 고객니즈 확인을 위한 수단은 오직 전화기와 대면방문뿐이었으므로 낯선 고객 대면은 거북하고 쑥스럽고 난감해도 세일즈맨 나 스스로 극복하고 헤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첫 세일즈 삼 개월간은 고객에 대한 파악이나 분석을 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이 부족했기에 부지런히 신규고객을 찾아가고 인사하고 명함을 주고받고 한 두 마디라도 대화를 이어가는 자동화된 어프로치 프로세스  숙달에만 전념했다. 나를 대하는 고객의 무례함이나 냉소나 언짢아하는 표정들에 나의 감정이 휘말리지 않게 '정신줄 붙잡고' 무대 위의 연기자처럼 주어진 세일즈 대본을 전달하며 1분 연극을 하루에 열 번, 스무 번을 하면서 이성적 판단을 강화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고객태도니 언사에 강철 방패를 둘렀다.


니즈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고객은 차가운 드라이아이스와 같다. 동일한 고객을 세 번 만나보면 여전히 드라이아이스인지? 달콤한 아이스크림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B2B 세일즈에서 신규방문은 동일한 고객과 1분 이상 유효상담을 세 번 이상 공유했을 때 마무리된다.


고객니즈가 파악되지 않은 고객방문은 열 번을 만나더라도 재방문이 아닌 여전히 신규방문이다.

고객과의 첫 대면의 어색함은 방문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신입 세일즈맨인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점심시간이었다.


사정이 있어서 가끔 혼자 점심을 먹는 것이 아니라, 세일즈 업무는 혼자서 지역을 중심으로 가망고객을 발굴하고 대면하고 제안하고 설득과 협상을 하고 고객의 시간과 장소에 맞추어 움직여야 했다.


내가 주도적으로 하루의 일정을 계획하고 방문하고 이동 동선계획을 짜고 움직이는 과정에 휴식도 점심식사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때로는 고객방문 약속으로 이동을 위한 시간으로 통상적인 점심시간에 식사를 할 수가 없었고, 공단으로 들어가면 식사를 할 마땅한 식당도 주변에 없는 경우도 많았다.


오전 여러 건의 이동방문으로 몸도 힘들고 배고 고픈데 점심시간에 주위에 식당이 없는 경우는 장시간 이동하여 시내로 나갔다가 다시 공단으로 들어와야 하는 불편함도 많았다.


어찌어찌 식당을 찾아서도 혼자 먹는 점심은 맛이 없었다. 점심식사란 맛과 영양의 보충뿐만 아니라 동료나 지인과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는 편안하고 즐거움이 있는 것이어야 하는 데 세일즈맨인 나는 매일 낯선 장소, 낯선 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먹어야 할지 곤혹스럽고 찾아 들어간 식당에서 혼자 먹는 것도 서러운데 맛도 없으면 더욱 서러웠다.


혼점의 어색함과 서러움을 해결하기로 했다.


도심에서 대면한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점심을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

"대리님. 지나가다 대리님 뵙고 싶어서 들렀는데 곧 점심시간이니 선약 없으시면 함께 드시면 어떨까요?"

점심 함께하기 제안은 고객의 나에 대한 마음의 거리도 파악하고, 함께 식사를 하면 고객과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함께 점심하기를 피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보이면

"대리님. 오늘 바쁘신 것 같으니 다음 주에 미리 전화드리고 일정 확인 후에 점심 함께 하시죠?"

"대리님. 구내식당이 아주 좋아 보이던데 다음에 구내식당 점심 초대 한 번 부탁드립니다."


밥 한 번 같이 먹는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열린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싫은 사람과 억지로 식사를 하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객이 나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는 것은 내가 고객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결정적인 증거이기에 매일 점심시간이 임박한 시간에는 의도적으로 고객에게 점심 함께하기를 제안하고 다녔다.


신입 세일즈 시절에 고객과 함께 점심 먹기 루틴 만들기는 혼자 먹는 점심의 곤혹스러움을 벗어나게 해 준 것뿐만 아니라 고객과 더욱 친밀한 유대감을 쌓아가고 고객회사 및 고객의 업무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심층 세일즈 활동의 일환이 되었다.


밥 한 번 같이 먹은 고객은 차후 계약고객이 되는 확률이 절반 이상이었다.


새내기 세일즈맨들은 모든 것이 힘들다.


제품공부와 전략연구 및 실행, 고객분석과 맞춤형 제안, 경쟁사 동향분석과 대응, 매출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과 압박감 ~~


먹고살자고 하는 직장생활에 점심 한 끼를 혼점으로 서러움에 밥 말아먹는 고통까지 더해지면  더 이상 세일즈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세일즈맨들에게 말하고 싶다.


도어 손잡이의 차가움도

처음 본 고객의 냉랭함도

혼점의 서러움이 떠오른다면 세일즈에 불필요한 감정의 사치라고 여겨라.


고객과 함께 점심하기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는 사이, 나의 세일즈 역량과 성과의 성장도 함께 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새내기 세일즈맨들이 매일 고객과 점심을 함께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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