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elvinstyle
May 09. 2024
23년 만에 다시 시작한 영어공부
회사문화 답사기 #25
사무용품 구매 아웃소싱 서비스 영역의 세일즈를 시작하고 나서 더 큰 시장을 알게 되었다. MRO(유지보수용 소모품) 구매 아웃소싱 시장이었다.
사무용품영역의 B2B 시장은 주요 업체들의 총매출을 다 합쳐도 연간 5천억을 겨우 넘기는 규모였으나 MRO영역은 연간 10조 원을 넘기고 있는 대규모 시장이었다.
지인이 소개해 준 헤드헌터를 통해서 LG그룹 MRO기업인 서브원에 경력직원 입사지원을 하게 되었다.
서브원 경력직 포지션의 JD에는
-B2B 세일즈 경력 10년 이상
-대기업 경력 10년 이상
-구매대행 아웃소싱 세일즈 경력자
-탁월한 세일즈 성과 보유자
-나이 50세 미만
등이 주요 조건이었다.
신도리코-삼성전자-삼보컴퓨터-로열토토-오피스플러스로 이어진 B2B세일즈와 구매아웃소싱 세일즈 리더 경력과 만 45세였던 나는 서브원의 전략영업 팀장(부장) 포지션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세일즈맨의 본능과 직감을 동원하여 면접을 준비했다. 우선 MRO시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국내 최초의 MRO서비스 기업은 서브원이었고 LG그룹을 기반으로 Non LG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2조 원을 넘기고 있었다.
강력한 경쟁사는 아이마켓코리아로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서브원과 유사한 매출규모로 시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는 면접을 위해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고 아래와 같은 목차로 정리했다.
MRO의 개념정의
MRO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와 점유율
MRO아웃소싱에 대한 기업구매자 니즈
MRO아웃소싱 세일즈 제안의 가치
MRO아웃소싱 세일즈 영업방안
세일즈팀 매니지먼트와 코칭방안~
면접을 삼일 정도 앞두고 모의질문과 답변을 작성하여 적절한 답일지 재검토하고 표준답안을 수정해 가면서 이미지 모의면접을 여러 번 반복했다. 내 마음에 들 때까지 거울을 보고 수십 번 연습했다. 표정, 말투, 강조하기 위한 호흡 방법까지.
여의도 명물 중 하나인 LG 트윈타워 서관 32층 회의실로 들어갔다.
CEO, CFO, 영업본부 전무, 영업본부 상무, HR팀 부장, HR담당 과장까지 총 6명 앞에 정중하게 인사하고 홀로 앉았다.
☞1분간 자기소개
세일즈를 해야 CEO가 될 역량을 쌓고 비전이 있다는 군대 선배님의 조언에 따라 신도리코 입사 후 수천수만 번의 '안녕하십니까'를 외치며 B2B direct sales로 시작하여 더욱 큰 시장에서 세일즈하고 싶은 목적으로 삼성전자 세일즈를 거쳐 마케팅 직무 욕심에 삼보컴퓨터 이직 후 섣부른 이직 선택으로 제조업체 임원을 거쳐 구매 아웃소싱 세일즈 시장에서 일하게 된 세일즈 여정 스토리를 담담하게 소개하였다.
크고 작은 세일즈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도 덧붙였다.
☞쏟아지는 질문들
MRO가 무엇인지?
주요 MRO업체들을 아는지?
MRO아웃소싱 세일즈와 통상적인 세일즈는 무엇이 다른 지? 등등~~
미루어 짐작하고 정보를 찾아보고 준비했던 내용들이고 이미 이해를 하고 들어갔기에 편안하게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었다.
가급적 답은 짧고 간결하게 숫자를 덧붙여서 대답했다.
☞어떻게 영업할 것인지?
타깃시장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고객의 업종과 규모와 서비스 계약체결 이유를 파악하겠다. 동일 업종 내 가장 규모가 큰 기업부터 작은 순으로 공략하되 국내 기업순위 5천대 기업 이내를 기준으로 하겠다.
제안영업이 주된 영업형태이므로 제안서 내용을 파악하고 고객의 총 구매비용 절감과 구매편의성 확대 및 투명한 구매프로세스의 제공이라는 구매 아웃소싱 가치의 차별화를 입증하는 제안을 준비하겠다고 대답했다.
☞CEO님의 한 문장 총평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세일즈맨 같습니다!
칭찬이셨다.
어릴 적 백과사전 세일즈맨은 깔끔한 슈트에 넥타이를 매고 가죽가방에 손수건까지 휴대하고 부유층을 상대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자녀의 교양 함양과 지식 제고를 위하여 투자하게 만드는 세일즈 전문가들이었다.
삼성그룹을 떠난 지 10년 만에 LG그룹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직급은 부장이었다.
구매를 세일즈해야 하기에 서브원의 전 직원은 국제구매전문가 라이선스를 시험을 쳐서 자격획득을 해야 했다.
2009년 3월 연수원 합숙교육에 입소했다. LG그룹 계열사 여기저기서 모인 교육생 수는 30명이 넘었고 부장 직급은 나 혼자였다. 교육생 동기회가 결성되었고 연장자 우대로 떠밀려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CPSM 1기 교육이 시작되었다.
국제구매전문가 과정으로 미국 ISM이 글로벌 기업들의 구매 Best Practice 실무 이론과 사례를 종합하여 CPM이란 타이틀로 자격을 발급해 왔다.
공교롭게도 내가 입과한 그 해에 교육내용이 추가되면서 CPSM으로 타이틀이 바뀌었고
Supply Management 가 추가되어 공부를 해야 할 분량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교재의 개편에 따라 과거 CPM시험에 활용되던 시험 '족보'의 효과도 반감되었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총 세 권의 교재가 각각 백과사전만큼 두꺼운데 모두 다 영어 원서였던 것이었다.
"검은 글자는 영어고 하얀색은 종이..."
만 23년 만에 영어단어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영어로 책을 읽거나 문서를 작성하거나 비즈니스 회화를 한 적도 없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기에 영어가 낯설지는 않았으나 오랫동안 손 놓고 녹슬어 버린 문장해석 능력과 단어의 기억력을 소환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렸다.
구매자격증 공부가 아니라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한 셈이었다. 단어장을 정리하고 주요 내용을 영문으로 단원정리를 해나갔다.
모든 것을 영어로 학습하고 기억하지 않으면 시험을 치를 수가 없었다.
과목별 각각 시험에 통과해야 최종 자격증이 발급되는데 시험방식은 지정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 문제씩 영어자막을 띄워주면 OMR카드에 오지선다로 답을 체크하는 영어시험이기 때문이었다.
과목당 100분간 100문제를 풀어야 하고 80문제 이상을 맞추어야만 합격하는 난이도가 꽤 높은 자격시험이었다.
2009년 7월부터 시험이 시작되었다.
서울시청 뒤편 빌딩에 입주한 ISM 한국 시험사무소를 방문하고 CPSM Module2부터 응시했다. SCM과 Logistics관련 내용으로 가장 난이도가 낮은 편이었다.
한국 속의 미국 같은 분위기의 사무실과 접수창구의 외국인까지 낯선 공간에서 지문인식, 얼굴사진 촬영까지 끝내고 개인컴퓨터실로 들어갔다. Exam Start!
100분간 땀을 뻘뻘 흘리며 시험을 치렀고
다행히 합격이었다.
두 번째 과목은 구매리더십을 다룬 Module 3. 연차나 직급이 낮을수록 불리한 과목이었다. 구매팀장으로서 각종 이슈 대응방안이나 팀 매니지먼트와 관련된 기준을 답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목이었다.
특히 한국적 기준으로 답을 고르면 다 틀리다고 했다.
예를 들어, A생산현장에서 부자재가 부족하다고 한다. 납기가 급하여 빠른 조달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왔다. 이런 때 바람직하지 않은 구매행동은 무엇인가?
답) 빠른 대응을 위해 공급업체에 긴급 선납을 요청한다.
이런 문제들이다.
※선납은 구매 cost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주범이므로 선납은 바람직하지 않음
다행스럽게 Module2도 합격했다.
가장 방대한 량에 외울 내용도 많은 Module1은 재수 끝에 합격했다.
2009년 10월 CPSM 라이선스를 받았다.
23년 만의 영어공부 끝에 구매전문가 타이틀을 받게 되어 기뻤다.
구매업무에 대한 이론정립은 이후 구매 아웃소싱 세일즈 제안서 작성과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PT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영업을 잘하려면 구매를 잘 알아야 한다.'
모든 세일즈 분야에는 '전문적인 영역'이 있다. 세일즈 전문가는 본인이 세일즈 하는 고객 및 기업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넘어 가치와 효용을 창출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설득하고 협상의 성공을 해야 세일즈가 완성된다.
나에게 구매아웃소싱 세일즈를 위한 필수 자격조건은 구매전문가였고 23년 만의 영어공부로 취득한 구매실무지식은 이후 세일즈에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