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예 Jun 25. 2024

2023.5년/ 프리랜서 3.5년 결산

솔직히 다 해봤다. 이제 워쩔겨?

첫 해 - 먼저 나온 프리랜서 동료들의 콩고물 작업들을 되는대로 했다. 기획~디자인, 그래픽 안 가리고 다 했다. / 소결: 1인 PD에서 벗어나 영상물 협업 속 나의 뾰족한 직무를 찾아야겠다.


둘째 해- 이전의 네트워크에서 시작된 일을 발전시키거나, 인스타그램 혹은 건너 건너 연락 온 작업을 했다. 연출+작가를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했다. 

소결: 기획/작가/연출의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장르는 픽션.



셋째 해- 웹드라마 두 편, 뮤비 두 편을 찍었다. (늘 작가, 연출 및 미술부, 편집과 음악까지 하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가장 재밌어하는 단계의 적절한 크레딧은 연출인 것 같은데... 헷갈렸다. 기술로서의 연출이 좋았냐고 물으면,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아직 잘 못 하는 것과 별개로, 이야기의 시작이고 싶었다. 연출이 이야기의 시작인 장르는 영화 뿐인데 영화를 하고 싶진 않았다.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보통 영화는 연출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들 하는데... 산업적 이야기와 별개로 장르적 특성으로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3.5 해- 한국방송작가협회 드라마 작가 과정 기초반을 수강했다. 60분 짜리 단막을 어쨌든 끝.은 냈다. (마감 나흘 전에 급하게 써서 뒷부분의 지문은 연두 들어온다, 연두 나간다, 뿐이지만.. 고치겠다고 하고 잠들어있지만..) 처음 수강신청을 할 때는 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한 확신도 있고 글에 대한 애정도 있어서 작가가 잘 맞으면 어디 막내 작가로라도 들어가는 것까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 놓고 뛰어들 정도의 희열은 아니었다. 젠장.


-

2023년 작업

정우 MV <옛날 이야기 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9oZ78W9HIvs

해본 작업 중 가장 역할이 많이 쪼개진 (협업자가 많은) 작업이었다. 미술감독님이라니... 연출부님라니... 프로듀서님이라니.. 사랑하고요.. 제가 연출을 못 해서 죄송합니다... 당시 과하게 딥했던 우울과 부담감이 더해져 죽네 사네 하면서 했고, '지금 하면 진짜 더 맛깔나게 잘 만들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의 내게 후회는 없고 배운 것이 많았다. 그만큼 딥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도 포장해보려 한다. 연출자가 뭐하는 인간인지, 연출이 뭐 하는 건지, 이 작업에서 크게 배운 것 같다. 현장에서 한 명의 스태프로서 해야할 일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에서 '연출로 뭘 어떻게 더 채울 수 있겠구나'-하는 종합 창작의 측면에서도.



신유미 MV <Beautiful Stranger>

https://www.youtube.com/watch?v=EaI2F-ZurXI

처음엔 정우님 뮤비를 보고 다이렉트로 연락이 온 작업이라 하고 싶었다. (중간엔.. 중략..) 마지막엔 너무 힘들었는데... 돌아보면 배운 게 많았다. 뮤비인데, 완전히 서사 위주의 동화책이라기 보단 카테고리가 명확한 잡지를 엮는 느낌의 뮤비를 만들어 보는 경험이 되었다. 물론 서사 인간이라 서사는 못 버렸지만. (사실 버릴 생각도 없따) 그간 겁내던 것을 시도했으며, 나쁘지 않았기에..



배드캐럿 브랜드필름2 <JEJU GOSARI>

https://youtu.be/_G248sT-dog?si=WjcR1V95Tt9zgzQC

제주도에 고사리 따러 가는 여정을 통해 '로컬'에 진심인 배드캐럿의 이야기를 담았다. '괜히 영어쓰기'를 시전해보았는데, 기왕 그렇게 간다면 전체적으로 좀 더 맛깔나게, 통합적으로 어떻게 살릴 수 있었을까?를 톱아보고 싶다.



뉴웨이즈 캠페인 광고 <정치는 일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bYWlkQk2V7U

멀리서 멋지다 생각하며 원격 응원만 보내고 있었는데, 연락을 주셔서 캠페인 광고를 만들게 됐다. 2주만에 뚝딱뚝딱.. 만들었고 반응이 좋았다. 근데 이들의 태도와 기획이 이미 좋고 탄탄해서 잘 얹혀갔다는 생각이 든다. 


2023년 겨울 즈음 친구랑 '만약에 네가 생계 걱정이 없는 상태면 무슨 일 할 거야?'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그냥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스타트업들 (아마도 비영리 위주..ㅎ..돈이 없스니가.. 생계가 걱정이 없다면..) 광고를 만들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한국노총 웹드라마 <어떤일들 시리즈> 두 편

https://youtu.be/Kv2-jvgAkHA?si=lfs4PzDaZVTBE0pI 

https://youtu.be/jbnWvI-Et6A?si=3UB-ihON80HtCWth 

심야식당 마냥 구둣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내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극 중 리스너가 필요했는데, 음식점은 싫었다. 아침 퇴근길(?)에 따릉이를 타고 가다가 눈에 밟힌 구둣방으로 정했다. 사실 나도 평생 구둣방 한 번 밖에 안 가봤지만, '그래서 안 돼'보다는 '특이한데'가 더 장점으로 느껴졌고, 무엇보다 '고쳐쓰겠다'는 마음이 좋았다. 구둣방을... 막 세트를 만드네 어쩌네 했는데, 작업실 앞 구둣방 사장님이 너무 흔쾌히 섭외에 응해줬다. 촬영감독님은 또(..) 같이 100인분의 고생을 해가며 멋진 룩을 만들어주었다. 생각해보니 이쯤 부터 콘티에 아주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 (물론 그렸당,,)


그러나 직접 쓴 대본이 늘 아쉬웠다. 모르고 쓴다는 느낌. (-> 대본 배우러 작가협회 감..)


+그래도 뒤늦게 발견한 소듕한 댓글.. 남겨둘랭..


+본격 시네마 키드가 되기로 결심한 촬감님 도우미로 영화 현장에 두어 번 갔던 것 같고, 거기서 다른 연출님이나 픽션 분야에서 갖춰진 기존 협업 시스템을 보면서 느낀 것도 많았던 듯..

+당연히 생계를 위한 쫌쫌따리 뭔가를 했고.. 잘 기억은 안 난다.. 생계와 의미를 분리하기 시작한 듯..

= 저를 먹이고 입히사.. 늘 크나큰 은혜 잊지 않고 살아가겠사옵니다..



2024년 상반기 작업

뉴웨이즈 총선 팀 영상러

-캠페인 광고 <퓨처보터>

-총선 과정에서 바이럴 돼야했던 수많은 인스타그램 릴스들..

-뉴웨이즈 총선 여정 기록 다큐 <스피릿>


사실 상반기에 작가협회 수업만 들은 건 아니다. 뉴웨이즈 총선 작업을 함께 뛰었다. 익숙한 1인 PD로서의 롤이었다. 의미에 방점을 둔 일이었고, 끝이 있는 일이라서 열심히 달렸다. 진심으로 일하는 데다가 내가 동의해 마지 않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 어떤 모양이 되든 이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는, 다큐적인.. 마음을 처음 느껴보았다. 그리고 또 이심이~ 전심이~ 되어부러서, 대표님이 먼저 제안을 해줘서 총선 여정 기록 다큐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의미도 생계도 의리도 아닌.. 사랑.. 수준..)


생각해보면 이 작업에서 '기획' 파트가 크게 빠졌던 것 같다. 캠페인의 기획이 너무 잘 짜여져있고 마음에도 와닿아서 연출과 제작만 했으니까. 호엥 그럼 다큐 만들래~~ 해버린 순간, '콘텐츠의 기획이 정해져 있었으므로 내가 만든 것 같지 않다'거나, 아쉬움이 남는다거나,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마음에 들게) 짜여져있는 기획의 판에 연출+작으로 붙는 것에 충분한 만족감을 얻는 것 같다. 나는 확실히 '만들기'의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기'도 좋지만, 굳이 둘 중 택하라면 '만들기')


'기획'에 포함되면 내가 행복해지는 요소 : 즉각적/실제적인 임팩트. 

마냥 영화나 드라마에 뛰어들기 어려운 이유가, '그래서 뭐가 남지-'라는 생각이었다. 친구와 나눈 '부자면 뭐 할래'에 대한 답도 그땐 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늘 '하지 말아야할 것'을 버리는 방식의 생각만 하다가 '함께 가고 싶은 것'을 많이 발견하는 경험이었다. "누구와 어떤 성공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겼다. 항상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할 수는 없겠지만, 추구미. (플러스 주절/ 픽션으로 스피릿을 말하면서 좋은 서비스를 붙이는 류의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클라이언트가 아닌 내가 설계하는 일을 만든다면 (기획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할지 감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된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게 광고인가? 이건 따로 고민)




자. 기획도 해보고, 연출도 해보고, 대본도 써보고. 사실 '나는 뉴우~미디어 판에서 시작해서 뭘 제대로 배운 적 없다'는 핑계를 내세워, 부끄러움에 매번 이 역할에서 저 역할로 도망쳐보다가 결국 맵을 다 돌았다. 


이제는 본거지를 정해야 할 때. 언젠가는 결정해야 하는 일. 물론 죽기 전까지 벼리고 또 벼리겠지만 말야. 그래서 뭐 할 거야?

작가의 이전글 2022 프리랜서 둘째 해 결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