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와 나는 동갑이다. 친해질 수 있었겠지만, 동생이 결혼할 당시에 나는 솔직히 제부가 마음에 안 들었다. 모든 언니들이 다 그렇겠지만, 나는 내 동생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나고 더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과 결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나와는 달리 동생은 어디 가도 눈에 띄는, 엄마의 미모를 쏙 빼닮은 예쁜 얼굴이었다. 그리고 공부도 나보다 잘했고, 생활력도 강한 데다가 추진력까지 타고나서 일처리나 모든 것들이 척척해 내는 능력자였다. 이런저런 많은 장점을 보아 내 눈에 제부는 영 성에 차지 않았다. 사실 제부보다는 동생이 평생을 마주해야 할 시어머니 될 사람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혼 전 갑자기 뒤바뀐 성격과 행동, 그리고 말들은 예전 인기 TV 프로그램이었던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시어머니들과 다를 바 없게 느껴졌었다.
자꾸 결혼을 서두르며 재촉하는 것도 싫었는데, 우리 형편에 맞지도 않는 예물을 억지로 들이대면서 더 큰 예물을 요구하는 것을 보며 엄마가 속상해하는 것도 너무 싫었다. 게다가 결혼하기로 한 이후로 180도 변해버린 동생에 대한 태도는 미리 짐작하고 그만두었어야 할 전조증상이었다.
하지만, 첫사랑인 동생과 제부는 첫사랑이었고, 고등학교 선후배였던 그들은 우리가 분당으로 이사를 오고 아빠가 동생에게 분당에 있는 학교로 강제전학을 하게 하면서 나름의 헤어짐의 시간이 있었다. 이런 그들을 다시 이어준 것은 '아이러브스쿨'이라는 2000년대 초반 초중고 동창들을 찾아 만나는 플랫폼이었다.
동생과 제부는 그렇게 다시 만난 첫사랑이 20년 넘는 오늘까지 엄청난 우여곡절을 함께 겪으며 아웅다웅 지내고 있다.
동생의 결혼 초기, 동생을 힘들게만 했던 시어머니 때문에 나는 자연스레 제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마음은 아마 남편을 보는 동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언니 고생시키는 형부, 너무 싫어!'
이렇게 말은 하지만, 사실 둘 사이는 꽤 돈독하다. 사회생활 잘하는 동생은 초울트라 I인 남편에게 형부라고 하면서 살갑게 대했고, 남편 역시 츤데레 성격이라 동생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잘 챙기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물론 동생을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부터 제부와 작은 소통을 시작했다.
생일은 우리가 이전부터 해 왔던 것이고, 빼빼로데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 작은 선물을 보내곤 한다.
그러면 제부는 배보다 더 큰 배꼽으로 더 큰 선물을 나에게 보내온다.
좀
20년 전, 동생이 결혼하고 조카들이 태어나고, 그리고 동생네가 마음고생을 많이 하면서 드디어 분가에 성공한 이후, 제부에게 내가 더 살갑게 굴었다면 우리 사이는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까?
가끔은 생각해 본다. 왜 제부에게 늘 꽁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동생의 아름다운 청춘과 시간들을 그리고 동생의 건강을 좀 더 따습게 지켜주지 않았던 제부에 대해서 직접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던 나의 소심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새 달라지고 있는 제부를 보면서, 늘 기도한다.
"내 동생 마음 힘들지 않게 해 주세요!"
아마도, 동생도 늘 나와 남편을 보면서 그렇게 기도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