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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같이 쓰자 플래너!

by 초마

나와 아이들이 매일 루틴으로 잡은 것이 아침에 쓰는 플래너이다.


1년 전만 해도 독서 모임을 한 개 이상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버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개의 독서 모임만 하다 보니, 매일 읽는 책도 한 권이었고, 블로그도 브런치, 스레드도 하고 있지 않으니 그저 하루에 할 일이라고는 회사업무 이외에 독서 모임, 주 몇 회 블로그 쓰기, 그리고 운동이 다였다.


여기에 조금 더 추가하자면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는 것과 영어공부가 늘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때였다.


독서 모임을 하나부터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SNS는 더 많은 독서모임리더들에게 나를 데려다주었고, 자연스럽게 그분들의 피드를 보다 보니, 하나 둘 신청하면서 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것들이 이제는 서너 개의 독서모임과 책 읽는 것들 뿐 아니라 필사도 한두 개를 꾸준하게 하게 되었고, 여기에 내가 리딩하는 필사 모임까지 더하면 매일 해야 할 것들이 꽤 많았다.


다만, 나는 병렬독서를 하고 있었기에 하루에 읽어야 하는 책이 분량이 많지 않은 모임위주로 선택을 했기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한동안은 가능했다.


내 머릿속에서도 책 1, 책 2, 필사 1, 필사 2를 하고 인증까지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참가하는 단톡방도 많아졌고, 하나의 모임에 적어도 2개 이상의 단톡방이 있다 보니 때로는 아침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30분은 훌쩍 넘어갈 때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모임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그저 손을 놓으면 한동안 오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들을 읽는 모임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나는 책을 읽고 있다는 스스로의 안도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것들을 다 떠나서, 나는 함께 읽고 쓰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좋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놓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지금까지 나의 루틴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매일의 글쓰기까지 더해지면서.






플래너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몇 개월 전부터였다.


분명히 나는 오늘의 루틴을 다 해 냈다고 생각했는데, 한두 번 빠진 독서 모임의 책은 언젠가부터 내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져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주르륵 밀려 있는 톡방들의 톡을 읽으면서 갑자기 든 생각


'아! 이 책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플래너를 쓰면서 오늘 내가 해야 할 일, 그리고 내가 미루지 말아야 할 것들을 기록하는 것을 습관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면서 나는 초등 5학년인 초롱이에게도 함께 플래너 쓰는 것을 시작했다.


"엄마 나 숙제 다 했어!"


"캔비 숙제, 로그북이랑 캔비온 다 했어?"


"어????? 나 로그북 숙제만 했는데?"


이렇게 나오는 아이에게 매일 해야 할 숙제들을 플래너에 적으면서 오늘은 무엇을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매일 똑같은 숙제일지라도 해야 할 일에 리스트를 적어보는 것만으로, 그리고 그 옆에 스마일을 적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뿌듯한지 플래너를 써 본 사람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오늘 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다면, 또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도 들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적어둠으로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어서 좋기도 하다.

매일 했다고 하고서 다른 소리 하지 못하게 하는 방패막이도 되지만, 이렇게 하나씩 습관을 잡아가면서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초롱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누나가 쓰는 것을 보더니 초등 1학년 초콩이도 자기도 11월부터는 플래너를 쓰고 싶다고 해서 다이소에서 사 주었더니, 매일 해야 할 숙제를 하나씩 적고 그 옆에 동그라미를 하는 모습이 귀엽다.


나는 내가 하는 것들을 이상하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책을 읽는 것도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서 같은 책으로 독서모임도 만들어서 하고 싶고,

플래너 쓰는 것도, 같이 필사하는 것도 아이들과 함께 같은 것을 하는 것을 즐긴다.


귀찮아하면서도 엄마랑 같이 쓰는 짧은 시간을 즐기고, 또 함께 꾸미고 이야기하는 이 시간이 나도 너무 좋지만, 아이들도 내심 즐거운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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