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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마 Nov 13. 2024

연예인 꿈꾸면 로또 1등 아냐?

초마의 오후 3시



'연예인 꿈꾸면 그래도 로또 당첨 확률이 높겠지?


요즘 핫한 전현무가 꿈에 나와서 나랑 손도 잡고 했으니, 1등이 확실한 것 같아.'


남편에게 예상치도 못한 심한 말로 공격을 받았던 날, 밤새 잠을 설치고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든 터였다. 그런데 알람이 미처 울리기도 전에 생생한 꿈에 눈을 번쩍 뜨고 든 생각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예인이 그냥 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도 잡거나 그런 꿈이었지? 그래 오늘 당장 로또를 사야겠어. 그런데 어디서 살까? 1등이 자주 당첨됐다던 퇴근길 로또? 아니면 집 근처 아무 데나?'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잠을 몇 시간 자지 못해서 천근만근인 몸을 번쩍 일으켰다. 아니, 저절로 온몸에 에너지가 넘쳤다.


아이들이 바쁜 아침에 느릿느릿 밍기적 거려도 전혀 화가 나지 않았고, 오늘 빨리 퇴근 후에 로또를 살 생각에 마음이 들떴던 아침이다.


평소에는 출근하는 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출근을 했는데, 그날은 귓가에 오디오북의 소리가 들어오지 않아서 몇 번이나 다시 뒤로 돌려 듣다가 그냥 꺼버렸다.


'그래, 일단 20억쯤 당첨금이 된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세금 떼고 나면 실수령액이 14억 정도이고..'


혼자서 마시는 이른 김칫국은 아주 제대로였다.


'14억에서 일단, 전세자금 대출을 갚고, 아니 아니, 그건 내가 왜 갚아. 이건 내가 당첨된 건데...

그리고 며칠 전 나에게 그렇게 심한 말을 했는데, 내가 왜 줘! 이건 아니지! 그럼 아니지!!


그리고, 아이들 통장으로 5천만 원씩 일단 넣어두자. 그리고 그동안 언니 노릇 제대로 못했는데, 동생에게도 1억을 줘야겠다. 그리고 조카들에게도 3천만 원씩 줘야겠다. 이모가 멋지게 대학 등록금을 줘야지!

요즘 대학 등록금이 일 년에 얼마더라? 일단 그건 조카들이 3명이니까 등록금으로 여유 있게 1억은 킵!


미워도 남편에게 1억은 툭 줄까? 이걸로 주식 한번 잘해봐! 제발 좀!!'


'그리고 기부도 아이들 이름으로 많지는 않아도 해야겠다. 성당에도 감사 헌금을 어느 정도 하고,

나머지는 일단 요즘 집을 사는 것은 위험이 크니까 은행에 넣어둬야 하나 아님 펀드? 아니야, 재테크는 부동산이지. 그럼 아파트를 사야겠다. 일단 우리가 초롱이 중학교 가고 하면 이사도 가야 하니까..


아니다 아니다! 혹시 모를 비상금으로 2억 정도는 챙겨둘까? 그러면 집을 살  수는 없겠네..


아 일단 이번에 1등은 당첨금이 많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회사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업무를 하고 이런저런 이슈들을 해결하고, 미팅하고 리포트를 쓰고, 납기 문제로 고객사와 담당 동료들에게 전화와 메일을 쓰고 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서 퇴근시간이 되었고, 나는 이제 로또를 얼른 사야지 하는 마음에 설레었다.


그런데, 퇴근 중에 초롱이의 학원에서 전화가 왔고, 이번 달 monthly test를 엉망으로 본 초롱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담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고 싶었던 1등에 자주 당첨이 된 퇴근길 로또 판매점은 지나쳐 버렸다.


'아! 저기서 왠지 사고 싶었는데!!!

괜찮아, 성복역 근처 로또 판매점에서 사야곘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돌아오던 중에 나는 또다시 아이들의 전화를 받고 로또를 사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 로또!!!'


꿈을 꾸고 나서 아직 로또 추첨을 안 했으니 꿈 꾼 날 바로 안 사도 될 거야..

그래, 그렇게 해도 될 거야...


아마, 될 거야.. 꿈 꾼 날 바로 못 살 수 도 있지...



그렇게 나는 하루, 이틀이 지나고서야 로또를 구매했다.


그리고 추첨이 되기를 고대하면서 토요일을 보냈고, 설레는 마음을 조금 더 만끽하고 싶어서, 모두 자고 있는 조용한 일요일 새벽 휴대폰으로 로또 당첨 확인을 했다.


당첨 결과는 차마 내 눈으로 믿기가 어려웠다.


'어? 뭐야 이게?????'



화가 난다고 나에게 심한 소리를 했던 남편에게 앞으로 나에게 잘해!라고 으스대고 싶었는데..

평소 늘 나보다 더 언니같이 잘 챙겨주던 동생에게 툭, 언니 노릇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무엇보다 워킹맘이라고 은근히 승진등에서 누락한 회사에 목매이지 않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당당하게 사표 던지고 싶었는데..



'그날 안 사서 그런 거야... 그날 샀어야 했어....'


그날 하필 그날 학원 선생님의 전화에 로또 사는 것을 잊어버린 내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마치 그날 로또를 샀다면 무조건 1등에 당첨이라도 확실했던 것처럼 말이다.



며칠 동안의 꿈이었지만, 전현무의 꿈은 나에게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즐거움을 주었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고 로또는 정말 아무나 당첨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미련이 남는다.


'그날 살걸.... 거기서 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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