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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월 31일은 이제 할로윈!

by 초마

예전에는 10월 31일은 10월의 마지막날이라고 해서 또 한 번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거나 했던 것 같다. 결혼 전에는 남편과 10월의 마지막날이니 또 만나서 맛있는 맛집을 다녔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지금은 외근 중에 오디오북을 주로 듣거나, 그 이전에는 음악을 주로 들었지만, 20여 년 전, 내가 반도체 세일즈를 막 시작하고 있을 때에는 차를 타면 무조건 라디오를 틀었었다.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려고 점심을 먹지 않고 외근을 나가기도 했고,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좋겠다고 내심 설레었던 시절도 있었었다.


딱 지금 같은 가을, 그리고 약간 쌀쌀해지려고 하는 이때, 그리고 10월 31일에는 꼭 나오는 노래가 있었다. 엄마도 좋아했던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워낙 어릴 적부터 대중가요를 좋아했던 엄마는 패티김, 심수봉부터 시작해서 이용, 이문세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다 좋아하셨다. 그래서 우리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노래들을 접하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그중에서도 엄마는 발라드를 좋아하셨는데, 이맘때쯤에는 늘 엄마의 차에서 흘러나오는 테이프의 노래는 '잊혀진 계절'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이 노래가 언젠가부터는 김동규 성악가가 불렀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나의 최애 노래가 바뀌게 되었지만, 나는 10월 31일이면 늘 이용의 노래와 함께 엄마 생각이 났었다.


이 노래를 틀으며, 제일 좋아했던 맥심모카골드 믹스커피를 예쁜 엄마만의 머그잔에 타서 아파트 창 아래로 보이는 단풍을 보고 있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런 나의 10월 31일이 이제는 할로윈으로 모든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


그저 할로윈이라고 하면 사탕과 젤리, 그리고 다양한 코스튬으로 변장하는 재미에 푹빠진 아이들 덕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방지기이자 둘째의 친구 엄마가 운영하는 책방에서 할로윈모임을 열었다. 참석할 수 없을지도 몰랐는데 다행히 참석 할 수 있게 되어서 둘째의 친구들과의 첫 할로윈 파티를 즐기는 시간이었다.





급하게 퇴근길에 다이소에 들러서 마법사 망토를 사면서 코스튬 의상 준비도 마치고, 이제 즐거운 할로윈을 즐길 시간이었다.


그저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할로윈의 유래에 대해서도 배우고, 내가 생각하는 몬스터를 직접 그려보는 시간도 가지면서 초콩이가 생각하는 몬스터자화상을 보고 혼자 또 팔불출같은 생각을 잠시 하곤 했다.


미술 학원을 그만 보낼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하던 차였는데, 또 내년 여름방학까지는 보내봐야 할까 새로운 고민을 하게 만들어주는 초콩이의 그림이다.





할로윈의 하이라이트로 아이들이 근처 카페에 사탕과 젤리를 받으러 가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는데, 사장님들의 친절하고 적극적인 배려로 아이들이 더 재미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나의 10월 31일은 낭만 가득했던 가을에서 이제는 정신없는 할로윈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 2025년 10월 31일의 할로윈이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표정을 지어주고 즐겨준 초콩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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