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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은 남매의 쌍독감!

by 초마

"엄마, 나 오늘 빨리 자고 싶어."


갑자기 첫째 초롱이가 어제 성당에서 다녀오는 길에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집에 가서 얼른 저녁을 먹고 일찍 재우려고 누웠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이들이 독감이 대유행이라는 말에 설마 초롱이가 독감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지난주 살포시 독감인 듯 아닌 듯하며 열이 올랐던 초롱이는 그 사이에 약을 먹고 좋아진 탓인지 컨디션도 좋아 보였기에 초콩이에게서 감기가 옮았나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나는 어제 아침 초콩이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을 때, 설마, 독감인가?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왔었다.

정말 몸 안에서 열이 많을 때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애써 독감이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지난주 받아두었던 약을 먹이면서 슬며시 해열제를 추가해서 먹였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초롱이가 일찍 잔다고 하는 사이에 둘째 초콩이는 말도 없이 어느새 이불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 안에서 초롱이와 초콩이가 열이 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은 채로 남편과 나는 주말의 마지막시간을 우리의 최애 드라마인 태풍상사를 보면서 위안받고 있었다.



"초파, 초롱이가 열이 많이 나는데?"


잠들 기 전 본능적으로 초롱이 이마에 손을 대어보니 열이 높았다. 체온계로 재어보니 38.5도가 되었고, 부랴부랴 해열제도 먹이고 이마에 해열시트까지 붙였다. 제발 아침이면 열이 떨어져 있길 바라면서.


하지만, 아침에도 열은 떨어져 있지 않았고, 초롱이는 얼굴까지 벌게져 있는 상태였다.


남편에게 초롱이를 맡기고 나는 회사로 출근하는데, 발걸음도 마음도 무거웠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초콩이는 열이 떨어져 있어서, 한시름을 놓았었다. 그때는..






오후 내내 초롱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자, 초롱이는 집 근처 병원에 갔고, 병원에 도착해서 열을 재어보니 이미 39도가 넘었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선생님은 독감검사를 하자고 하셨고, 결과는 10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왔다.


"초롱이 독감이네요, 일단 주사 맞고 수액까지 같이 맞을게요."


1,2년 전인가 초콩이가 독감으로 수액을 맞고 몇 시간 안돼서 바로 살아난 기억이 있으니, 초롱이도 얼른 회복되기를 바라며 수액을 맞기로 했다.


잠시 초롱이가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 사이, 둘째 초콩이가 콧물이 많이 나오고 해서 병원에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해서 얼른 태권도로 데리러 갔다.


부랴부랴 움직여서 병원 마지막 예약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고, 진료를 본 나는 선생님께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초콩이도 열이 있어서 독감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누나도.... 독감판정이기도 하고,, 오늘 정말 많은 아이들이 독감판정을 받았거든요.


게다가 초콩이는 지난주에 왔는데 열이 안 떨어지는 것으로 봐서... 독감이...."


"네, 선생님 검사해 주세요."


결과는 이번에도 몇 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나왔다.


결국, 남매 모두 쌍으로 독감에 걸린 하루였지만, 초콩이는 시간이 너무 늦은 탓에 수액은 맞지 못했다.


초콩이가 독감 처방약을 먼저 링거주사약으로 맞아야 할 때, 병원에 들어올 때의 초췌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90%까지 컨디션이 회복된 초롱이가 주사 바늘 팔에 맞는 것이 검사할 때보다 더 아프다 안 아프다면서 조잘조잘거리고 있다. 누나가 있어서 덜 무섭다는 초콩이는 결국 오버를 하는 바람에 한쪽팔에 주사 놓기 실패, 결국 양팔에 주삿바늘을 다 찌르는 경험을 했다. 조잘대던 초콩이는 주사약이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코를 드르렁 거리며 잠들어서 간호사 선생님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초콩이 덕분에 야근 중이신 간호사 선생님들께는 너무 죄송했지만, 오늘 밤 지나고 나면 제발 초초남매들의 열이 떨어져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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