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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펜덕후! 장비발 세웠으니 필사해볼까?

by 초마

나는 이상하게 펜이 좋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필통 가득 색색의 볼펜을 가지고 필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누구는 삼색 볼펜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나는 색색이 볼펜으로 필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게다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노트를 보면 왠지 공부를 더 잘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엄마와 동생은 이런 나를 보면서 이렇게 말을 하곤 했다.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펜으로 이렇게 저렇게 쓴다! 그냥 삼색볼펜 하나면 되지!"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교과서였든 노트였든 깔끔하게 글씨 쓰는 것도 좋아했고, 색색이 펜으로 중요한 부분을 다르게 쓰거나 형광펜으로 칠하면서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는 나의 이런 펜 취미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 당시 로트링펜이라고 엄청 얇게 써지는 펜이 있었다. 그 펜은 촉이 거의 0.18 정도의 굵기로 나오는 펜이니 지금 내가 주로 선호하는 0.7과 비교해서 어마어마하게 얇은 펜이었다.


나는 이때 다이어리에 좋은 글귀등을 적는 것을 좋아했는데, 아마도 그때가 필사의 시작이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아트링펜으로 친구에게 편지도 쓰기를 좋아했는데, 굵기가 너무 얇다 보니 조금만 힘을 주어서 써도 펜촉이 부러지는 바람에 보물단지 다루듯 조심조심 써야 했다.

어쩌다 실수로 펜 앞부분이 부러지면 애써 용돈을 모아서 사려고 평소에 하던 집안일 아르바이트를 좀 더 많이 해야 했다.

우리는 엄마가 집안일을 나누어하면 용돈 외에 얼마의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셨다. 아침밥 먹은 것 정리하면 50원, 저녁은 100원, 아빠 엄마 아침에 구두 닦으면 100원 등으로 이렇게 하루에 고정적으로 벌 수 있는 금액은 한 사람당 150원에서 250원 정도가 되었다. 1980년도에 이 정도 금액은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과자 한 봉지에 100 원하고 10원은 껌으로 받거나 거스름돈을 받은 시대였으니, 일주일을 모아도 제법 쏠쏠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펜대를 부러뜨리거나 하면, 내 용돈으로 다시 사야 하기에 나는 동생에게 아침저녁 상 치우기 등을 한다고 부탁을 해야 했고, 동생도 동생의 용돈 벌이에 차질이 생긴 쉽게 허락하진 않았다.


그렇게 나의 펜 사랑은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시작이 되었어나보다.





오늘 교보문고에는 첫째 학원의 문제집을 사야 하니 바로 드림으로 주문을 해 두고 받아올 생각이었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사심이 있었다. 이번 주부터 시작하는 필사 모임의 새로운 기수에서 리더님이 추천해 주신 펜을 너무나 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리더님이 추천해 준 그 펜만 사가지고 나오는 거야! 그렇게 두꺼운 제목을 적을 펜은 없잖아!'


이렇게 생각하고 나는 교보문고 문구 파는 곳으로 갔다.

처음에는 리더님이 추천해 준 펜의 브랜드를 찾았고, 원하는 펜을 찾았는데...


그 옆에 있는 펜이 또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래, 이것도 하나만 더 담을까?'


'그래, 이 색도 이것 필사할 때 쓰면 좋겠다!'


그렇게 손에 하나씩 집다 보니 어느새 한가득 펜이 내 손에 담겼다.

원래 내가 나에게 허락한 펜은 딱 3자루였는데... 어느새 내 손은 행운의 숫자 7, 7개의 펜을 쥐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필사하러 가볼까?"


남편은 또 펜 한 자루면 되지 무슨 필사하는데 색색이 펜이 무슨 상관이냐며 잔소리를 할 터겠지만, 나는 또 나의 필사템에 슬며시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책만 사라고!!"


라는 남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지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책과 필사는 짝꿍이야! 그러니까 교보문고에서도 펜을 파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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