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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 혼자 집에 있어야 해?

by 초마

"엄마, 나 침 삼킬 때 목이 아파, 약 먹고 자고 싶어!"


어젯밤 잠들기 전 초콩이가 약을 먹고 싶다고 했다. 초콩이는 잘 아프지 않은 아이였기에 초콩이가 아프다고 하면 정말 아픈 것이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잠자기 전, 약을 먹고 자고 싶다는 초콩이는 눈에 상꺼풀까지 생겨서 정말 피곤한 것 같이 느껴졌다.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우리 약 먹고 꼭 안고 자자!"


그렇게 초콩이를 안고 잠이 들었지만, 오늘 새벽까지 나는 초콩이의 뒤척임에 함께 잠을 푹 자지 못했다.

나를 닮아 컨디션이 안 좋으면 끙끙거리는 초콩이는 어젯밤 내내 몸을 뒤척이며 끙끙거렸고, 새벽녘에 겨우 잠들었던 나는 잠결에 초콩이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가 깜짝 놀랐다.


분명히 어젯밤에는 열은 나지 않았는데, 초콩이의 이마는 이미 열이 제법 올라있는 것 같았다.


시간을 보니 6시가 좀 안된 시간이었고, 부랴부랴 찾아서 열을 재어 보니 38.3도였다.

해열제를 찾아 먹이고 다시 잠을 재우기로 했는데, 남편과 내가 하는 말에 초콩이가 울먹인다.


"초콩이 아침까지 열이 38도가 넘으면 학교 못 보낼 것 같은데 어쩌지?"


"일단, 해열제 먹였으니까, 아침에 좀 늦게까지 재우고, 그 이후에 열나면 학교 못 가는 거지...."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초콩이가 갑자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엄마, 그럼 나 혼자 집에 있어야 해?"


그 순간 초콩이의 마음이 나에게 전해져서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 집에 있고 싶지 않은 초콩이였던 것이다.

초콩이에게는 약 먹고 푹 자면 열이 떨어질 거니까 그때 학교 갈지 말지 결정하자고 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휴가를 내고 초콩이와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회사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할 보고서도 있었기에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 속상했다.


갑자기 초콩이가 유치원에 다닐 적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니, 초콩이가 열이 많이 나요. 지금 38.5도가 넘어서 하원해야 할 것 같아요."


"원장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지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일단 유치원에 있는 해열제 좀 먹여주세요. 제가 최대한 빨리 가볼게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던 마음 아팠던 발 동동 구를 수밖에 없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연락을 받고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도착한 유치원에서 초콩이는 친구들과 놀지 않고, 교무실에 있던 침대에 누워서 있던 모습이 다시 떠오르니, 오늘 아침 초콩이의 말이 오버렙 되었다.


일단, 남편에게 초콩이를 맡기고 나는 일찍 회사로 출근하는 내 마음은 불편함 그 자체였다.


다행히 남편이 오늘 회사를 가지 않아서 안심이었고, 초콩이는 열이 37도까지 떨어져서 학교에 갔다고 했다.





"선생님, 오늘 새벽 초콩이가 열이나서 약을 먹긴 했는데, 아침에 열이 떨어져서 학교에 갔어요. 혹시 모르니 선생님께서도 좀 살펴봐주세요. 부탁 드립니다."


"어머님,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고 해서 걱정이네요. 잘 살펴볼께요."


이렇게 하이톡으로 선생님께 초콩이의 상태를 말씀 드렸고, 초콩이에게도 아빠가 집에 있으니 아프면 바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집으로 오라고 했는데, 점심시간이 막 지날 때쯤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어머님, 초콩이가 점심 먹고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어서 보건실 선생님도 하교를 권하셨어요."


"네 선생님, 지금 아빠가 집에 계시니, 집으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초콩이는 집으로 왔고, 병원 점심시간이 지나서 아빠와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다.

남편은 초콩이가 오늘 영어학원에서 테스트를 보는 날이니 무조건 가야 한다고 하고, 좋아하는 축구는 빠질 수 없다고 해서 보내볼까 한다고 했다.


영어학원도 걱정이긴 했지만, 축구는 오늘 쉬고 싶었는데, 초콩이가 너무 가겠다고 해서 컨디션도 약을 먹어서 그런지 괜찮아졌다고 해서 보내야 하나 고민이었다.


"초콩이 병원에서 선생님이 축구는 절대 보내지 말라고 하시네, 오늘 초콩이 독감이 유행이라 내일까지 열 안 떨어지면 병원 와서 독감 검사해야 한다고.. 일단 영어학원은 무조건 가야 한다고 해서 지금 데리고 가는 중이오."


아파도 오늘 테스트하는 날이니 꼭 가겠다는 초콩이를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마음이 아리송했다. 초콩이는 학원에 가지 않으면 엄마도 아빠도 회사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무서워서 학원에 가겠다고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고 오니 초콩이는 이미 영어학원에서 시험을 너무 잘 봤다고 좋아하면서 병원 약을 먹고 좀 자겠다고 방으로 들어가서 몇 시간째 잠을 자고 있다고 했다.


이 밤, 약을 먹고 푹 자고 나서 내일 아침엔 다시 웃는 얼굴로 일어나주길 바라본다.


벌써 1학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혼자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초콩이는 나에겐 아기이다.


"우리 아기, 얼른 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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