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새롭게 빠진 드라마는 '태풍상사'이다.
남편과 나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 중의 하나는 재미있는 OTT 시리즈를 한 편 보면서 가벼운 주전부리를 곁들이며 힐링을 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수지와 김우빈 주연의 '다 이루어질 지니'를 보았는데, 그저 흥미 위주의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의 삶의 무게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아마 죽어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주인공을 사랑으로 키워내신 할머니의 사랑과 친구의 우정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나에게도 그런 할머니가 있었더라면, 나에게도 민지 같은 친구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지만, 친가 외가 모두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할머니의 사랑을 모르고 자랐기에 그런 막연한 그리움이 있었을 것 같다.
대신 나에게는 할머니보다 더 멋진 이모들이 많은 것이 축복이었다. 이모들은 남들이 보기엔 할머니뻘이지만, 손녀뻘 조카를 귀여워해 주셨기에 나는 이미 할머니를 닮은 사랑을 충분히 받았을지도 모른다.
딸보다 더 어린 막내동생의 귀여운 조카들을 예뻐해주신 츤데레 큰 이모, 세상 다정한 살림꾼으로 엄마 대신으로 집에서 우리를 돌봐주셨던 셋째 이모, 요즘 같으면 배우 해도 손색이 없었을 미모에 돈까지 많은 넷째이모, 그리고 마음으로 나와 동생을 어려을 때부터 초등 4학년 때까지 키워 주셨던 부산이모까지 다하면 나야말로 누구라도 부러워할 것이다.
그렇게 코믹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찐한 감동을 느꼈던 '다 이루어질지니'를 끝내고 시작한 드라마가 바로 '태풍상사'이다.
태풍상사
태풍상사는 1997년 부도난 초보사장과 직원들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처음에는 재미있다는 소문으로 한편 볼까? 그래도 이준호가 나왔으니. 재미있겠지...? 마음으로 시작했던 드라마이다.
1화는 내가 생각하기엔 다소 억지 같은 회사 상황도 있었다. 1997년 도면 내가 초등학교 시절인데, 그때는 내가 엄마 회사에 가끔 놀러 가기도 했는데, 드라마 속 회사는 1980년도 같은 분위기였으니 약간의 억지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1화니까 시작해 보기로 했다.
예상도 못하게 찾아온 주인공 아빠의 죽음, 그리고 회사의 사장이 된 철부지 아들이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노력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저는 지금 제 아버지한테서 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그러다가 어느 날 날아오를 겁니다.
대표님의 머리 위로."
- 태풍상사 제4화 '바람은 불어도' 중 강태풍 대사 -
이 대사는 극 중 에서 주인공인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회사를 폐업하지 않고 본인이 사장이 되어 일으키려는 강태풍의 앞에 도와주는 척, 선한 언굴인척 하지만 남은 작은 희망의 불씨까지 꺼버리려는 표상선사장에게 강태풍이 던지는 말이다.
늘 라이벌이라고 생가할지 모르지만, 결코 라이벌이 될 수 없는 표상선의 아들과 강태풍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다룬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지금의 내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같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나는 지금 떨어지고 있는 것일지, 아니면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회사에서도 육아에서도 내가 제일이라는 자만심에 정작 내가 잃지 말아야 할 마음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