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지하철로 출근을 했다.
평소에는 차를 가지고 출퇴근, 외근을 다니지만, 오랜만에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오전 출근길에 용인 수지에서 삼성동까지는 어느 길로 가더라도 2시간 남짓 걸리기에 모처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래서 외근 일정도 오전에 삼성동 밴더 미팅과 코엑스에서 오늘까지 열리는 전시회 한국전자전에 참관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것이 거의 20여 년 전의 일 같다. 아마도 내가 반도체세일즈를 처음 시작한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면서 출퇴근용으로 회사차를 지급해 주었을 때였으니 대략 2000년 초반의 일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몸에 살이 붙기 시작한 것도 차로 출퇴근을 하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할 때면 일단 걸음수부터가 달라지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걸어가야 하는 거리가 있으니 아무래도 많이 걸었던 것 같다.
오늘만 해도 집에서 성복역까지 대략 10여분 이상을 걷기만 했는데, 이미 나는 2천 걸음 가까이를 걸었다. 그리고 성복역에서 강남역에서 하차, 신분당선에서 2호선 라인으로 갈아타는 구간이 제법 길었고, 다시 삼성역에서 코엑스까지 이동하니 이미 3 천보 가까이 되었다.
오랜만에 지하철로 이동을 하게 되니 왠지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예전 다녔던 회사들의 위치가 강남역 인근이어서 왠지 그때, 그 시절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강남역은 내가 알던 예전의 강남역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아침 혼잡한 출근시간을 살짝 지난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던 2000년 초반의 강남역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신분당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환승구간 중 만난 화사한 꽃집이 나를 잠시 멈춰 세우게 했다, 평소에도 꽃을 참 좋아하는 나는 집에 갈 때 한 다발 사갈까 하는 고민을 잠시 하게 만들었다. 코너에 있는 이 꽃집으로 강남역의 분위기가 화사해진 것 같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구간에 다시 만난 꽃집을 지나면서, 아침에 지나갈 때의 마음과 달리, 전시회를 돌며 받은 팸플릿등으로 너무 가방이 무거워진 탓에 꽃다발을 한 다발 사려고 했던 마음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화사한 꽃은 기억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가득한 이 꽃집은 예쁜 꽃들을 부담스럽지 않은 작은 다발로 묶어서 판매를 하고 있기에 가벼운 선물, 기분전환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다.
오늘 내가 사고 싶었던 꽃은 '릴리안셔스'라고 하는 꽃이다. 나는 원래 장미계열의 꽃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꽃은 나의 발걸음을 다시 되돌려서 사진을 찍고 가게 만들었다.
사실 내가 이 꽃다발을 살 까 말까 멈칫한 것은, 나의 플로리스트 지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는 꽃을 사기를 좋아한다. 나는 가끔 나에게 용기를 주고 싶거나, 스스로에게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을 때 작은 꽃다발 하나를 사서 나에게 선물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나에게 선물하기 제일 좋아하는 꽃다발은 '미니장미'이다. 코랄빛이 도는 미니장미는 한대에 큼지막한 한 송이의 장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장미 여러 송이가 한 대에 있어서 한대만 사서 화명에 꼽아두어도 화사하기에 내가 즐겨 사는 꽃이다.
그런데 나의 수지 사는 플로리스트 지인을 알고 난 후로는 늘 우아한 그녀에게 꽃을 부탁하고 싶기 때문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다 주웠다'는 말처럼 한 번씩 예쁜 꽃을 건네주는 그녀 덕분에 나는 항상 꽃을 사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가 그녀에게 말한다.
"한꽃차이님, 저 꽃 주문 하려고 해요!"
오늘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야겠다.
릴리안셔스의 꽃말이 변치 않는 사랑이라고 한다. 그래서 꽃에 대한 그리고 늘 고마운 마음이 변하지 않고 싶기에 그녀에게 릴리안셔스를 주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