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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아이친구 엄마로 해요!

by 초마

첫째 초롱이의 친구 엄마는 조리원동기부터가 시작이었다. 남자들의 군대동기만큼이나 끈끈한 조리원동기는 10여 년 동안 끈끈함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난생처음 엄마가 되었고, 고작 팔꿈치정도만 했던 아이를 어떻게 안고 달래고 먹였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유달리 예민했던 초롱이의 조리원 친구는 3명이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 우리는 초초초 예민한 아기들로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오직 우리를 살게 해 준 것은 남편도 엄마도 아닌 우리 셋만의 단톡방이 오직 서로의 위안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새벽 2시 반, 혹시나 지금 잘까 하는 마음에 톡을 보냈다.


'자?'


긴 말도 필요 없었다.


'언니, 지금 자겠어? 도담이는 지금 막 우유 먹고 트림 시키고 있는 중이야.. 얘네들은 왜 통잠을 안 자는 거야!!'


'언니들~ 나만 지금 잠 안 자는 줄 았았어! 아니 아기들은 다 이렇게 너무 힘든 거야? 나 정말 너무 힘들어 죽겠어!'


이렇게 우리 셋의 대화는 낮이건 밤이건 멈추지 않았다.


'언니, 갑자기 밤톨이가 설사를 해! 어떻게!! 지금 병원 가야겠지?'


'얘들아, 초롱이도 지금 설사하는데 어쩌지? 분유 먹은 거 다 토하고 나 죽겠어!!'


'참, 얼른 병원 가, 나도 병원 다녀왔어! 그리고 설사 분유 먹으면 바로 나아! 그런데 코딱지만 한 게 엄청 비싸!'


이런 이야기들로 우리의 단톡방은 멈추지 않았고, 이 방은 아이들이 크는 중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초롱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나서 어이없는 에피소드였지만 나에겐 정말 소중한 또 한 명의 찐친이 생겼다. 당연히 초롱이와 그 친구 역시 유치원 3년 내내 단짝 친구였고, 서로 다른 학교에 가면서 헤어지긴 했지만, 그 덕분에 나는 또 한 명의 아이의 친구엄마라기보다 내 친구를 만난 셈이었다.






그에 비해 초콩이는 조리원에서 이렇다 할 친구엄마를 만들지 못했다. 둘째라서기보다는 그 당시 조리원안에서도 몇 명이 모이긴 했지만, 한두 명끼리 다시 그룹을 만들어 자기네들끼리 소통을 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은 없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모임에 억지로 끼어들어서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유치원 역시 초롱이와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함께 축구를 했던 모임이 있었지만 그 당시는 12명이나 되는 엄마들 무리에서 일을 하고 있던 워킹맘인 나는 그 무리에 쉽게 녹아들기 어려웠다. 원래 6명이었던 축구팀을 주위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요청에 인원을 늘리면서 점차 난 섬 아닌 섬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이후 소수정예의 인원이 모여 함께 동고비 숲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 유치원 친구들 엄마의 모임이다. 이 모임이 초콩이의 친구엄마들 중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동생들이다. 4명의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만나서 동고비 숲체험을 하고, 그 두어 시간 동안 엄마들은 한 달 동안 밀린 수다로 시간이 늘 부족하다. 나는 늘 이 모임에서 예전 초롱이의 조리원 시절의 그리웠던 수다를 느끼곤 한다.


그리고 올해 입학한 초콩이의 친구 엄마의 모임은 여기에서 끝이 난 것인 줄 알았다.


"어머, 초마님, 저희 동네 근처에 사시는 것 같아요!"


내가 우연히 글 쓰는 모임에 참여했었고, 그 모임에서 한 분이 독서모임을 새롭게 만드셔서 이끄신다고 해서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마음이 이끌려서 참여하고 싶었다.

독서 모임이지만, 내가 읽은 책의 좋은 문장들을 모아서 기록하는 필사 책 모임이었고, 독서와 필사 모두에 푹 빠져 있는 나로서는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청서에 주소를 기입하고 필사할 노트를 보내주시기로 해서 기다리는데, 인스타 DM으로 이런 문자가 온 것이다.


"어머 정말요? 다람님 혹시 주소가 어디세요?"


"저 OO동 OO아파트예요!"


"어머, 저희 앞 단지인데요!!! 너무 신기한걸요!"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고, 나는 다람님이 딸아이와 함께 '단둘이 북클럽'이라는 책을 낸 것을 기억하고 물었다.


"그럼 첫째가 지금 몇 학년이에요? 저희 첫째는 5학년이에요."


"엇, 저희는 1학년 4학년이에요!"


"어머, 저도 둘째가 1학년인데,,, 혹시 몇 반이에요....?"


"네 1학년 4반이요!"


"네......??? 저희 둘째도 4반이에요!!!!!"


그렇게 너무나 높고 멋지게 보였던 다람님과의 새로운 인연의 끈이 이어짐을 느꼈다.


첫 독서 필사 모임은 "쓰는 봄"이었다. 그 따스한 햇살처럼 다람님과의 반짝이는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다람님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작은 책방을 오픈하셨다. 그 덕에 나도 즐겨 찾는 동네책방이 생겼고, 이왕이면 책들은 그곳에서 주문하려고 했다. 나로서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책은 이왕이면 다람님께 주문해서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그 책방은 우리가 다니는 성당과도 가까워서 아이들에게 한번 데리고 가 주었더니 매번 성당에 가는 날은 '도토리책공방'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할 때마다 아이들은 한 권씩 자기네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을 손에 들고 오고 싶어 했다. 사실 그곳은 내가 좋아하는 나무 책장에 책방지기 다람님의 생각과 아이들의 손길이 여기저기서 숨 쉬고 있기에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긴 하다.


그런 다람님과는 매번 서로 바쁘니 집 앞 새로 생긴 카페에서 만나서 수다도 떨자고 했지만 매번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회사에서 퇴근 중에 다급하게 들러서 책을 사거나, 성당 끝나고 들러서 잠시 둘러보다 오는 것이 전부였기에 늘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이번엔 마음을 먹고, 집 앞 카페에서 만나자고 톡을 보냈다. 다람님은 아이들 식사 후에 만나자고 했고, 우리는 근 한 시간을 이런저런 이야기로 수다의 꽃을 피웠다. 이 시간만큼은 책방지기의 다람님, 독서모임과 필사모임의 리더 다람님이 아닌 아이들 친구엄마로 만난 우리였다.


학교 생활 중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고, 얼마 전 이사 오신 다람님에게 근처 필요한 상점들도 추천해 드리고, 무엇보다도 귀염둥이 둘째 이야기에서 1살 차이이지만 닮은 듯 너무 비슷한 성향인 첫째들의 이야기로 이어지니 수다가 끝이 나지 않았다.


더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어느새 시간은 한 시간이 훌쩍 넘었고, 각자 집에서 아이들 걱정도 되었으니 우리의 첫 번째 프리토크는 여기까지!


이곳에서 만날 때에는 책방사장님이 아닌 아이들 친구 엄마로 편하게 수다 떨자는 다람님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생각해 보니 책방은 다람님의 직장이니까... 나도 회사에 누가 찾아오면 아무래도 마음 편하게 오래 수다 떨기 힘든데 나도 모르게 무릎이 탁 쳐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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