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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꽈사 Sep 05. 2023

[난임일기 | 07] 시험관 1차 중단 결정

힘 빠지는 두 번째 조기배란

IVFM HP의 두 가지 부작용


시험관을 시작하고 집에서 혼자 첫 배주사를 놓았다.


서툴렀던 탓인지 병원에서 선생님과 같이 놓았을 때 보다 아팠고, 주사기를 빼자마자 새빨간 피가 맺혔다. 당황했지만 얼른 정신을 차리고, 알코올스왑으로 주사부위를 덮었다.


IVFM HP의 첫 번째 부작용은 두통이었다.

주사 첫날에는 하루종일 편두통이 계속되었다. 시험관을 처음 시작해서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그랬나 보다 생각했지만, 통증이 여간 이상해서 검색해 보니 나같이 두통이 있던 사람이 많았다. 약제 설명서에도 부작용에 두통이 기재되어 있었다. 혹시 몰라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잤는데 그래도 잠들기 전까지 두통에 시달렸다.


IVFM HP의 두 번째 부작용은 복통이었다.

초음파에서 발견된 왼쪽 난소에 두 개의 혹이 자극되어서 그랬던 건지, 혹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어서 심리적으로 신경이 쓰였던 건지는 확신할 수 없다. 잠을 자는데 왼쪽 난소 쪽이 콕콕 찌르듯이 아팠다. 배란통 정도의 콕콕이 아니라, 잠을 자다 깨서 잠결에 통증을 느낄 정도 하지만 깨어나기는 귀찮을 정도로 아팠다. 다음날에 오래 대기를 하더라도 당일 예약을 해서 초음파를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잠들었다.



병원에서 온 전화, "다시 내원해 주세요"


복통으로 잠을 설친 다음날, 아침밥을 먹고 병원에 전화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병원에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오늘 주사 맞으셨나요? 맞지 않으셨다면 주사를 중단하고, 일정이 가능하다면 내일 내원할 수 있나요?"


주사를 중단하라니,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나는 마침 지금 시간이 가능하니, 바로 내원해도 되냐고 물었고, 20 분 뒤로 예약을 잡았다.

진료실 앞에서, 긴장되지만 원장님의 따뜻함에 위로되는 곳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담당 원장님이 일정에서 복귀하신 후 내 진료 기록과, 피검사 지를 확인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피검사 결과 배란이 이미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하셨다. 피검사를 했을 당시가 생리 3일 뒤였는데, 배란이 진행되었다니?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또 조기배란이 된 것이다. 이건 분명히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지금 자가주사를 놓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며 주기를 맞추어보기로 했다. 피임약으로 주기를 맞추는 것은 난소를 자극하여 다음 시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피하고, 몸이 자연스럽게 주기를 찾을 수 있도록 기다리기로 했다. 배란이 된 만큼, 2주 뒤에는 소량으로나마 생리가 진행될 것이니 그때 다시 초음파를 보고 추 후 진행방향을 잡기로 했다.



급할수록 천천히, 쉽지 않겠지만 정도로 가자


AMH와 난소나이검사 결과 또한 작년 말 대비 지금 나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난소나이 검사 결과, 작년 내 나이 만 30세에 난소나이가 28세였던 반면, 만 31세인 지금 난소나이가 34세로 증가하였다. AMH도 작년 5점대였던 수치는 올해 2.62로 떨어졌다.


'그동안 과배란약을 쓰면서 몸이 너무 무리한 걸까...'

실망하는 나의 모습에 원장님은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셨다.


"자궁내막증이 있었던 만큼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임신이 나에게도 좋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두 달이 급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급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몸의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먼저이다"라고.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위로가 되었다. 2주 뒤에 다시 한번 초음파를 보고 진행 가능 여부를 보기로 하였으니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임이라는 시기를 겪으며 자주 잊게 되지만, 결국에는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내 몸이 괜찮아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이 잘 된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 그것만 열심히 해주면 된다는데,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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