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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곧을 정 Apr 22. 2020

아빠, 그래도 항상 나만의 슈퍼맨이 되어줘.

병원복을 입은 아빠의 모습은 망토 없이 터덜터덜 걷는 슈퍼맨 이었다. 

정강이 부분에 3도 화상을 입은 아빠는 2주 정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이다.

코로나 때문에 수술을 바로 하지도 못하고 별 이상이 없을 때까지 평소보다 더 길게 입원을 해야 했다.

코로나 때문에 혹은 그 핑계로 거의 근 2주를 찾아가지 못했다. 혹은 찾아가지 않았다.

근근히 그래도 용기를 내어 전화는 하였다.

그래도 이번주는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오늘 동생과 아빠를 보러 갔다. 

1층에서 기다리면서 무슨 말을 하지, 뭐하고 보내야 하지 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즈음

엘레베이터에서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애기 같이 반가운 마음에

'아빠아~'라고 외쳐 버렸다.

절뚝 거리며 걷는 모습이 외로워보였다. 혼자 2주동안이나 보지 못하고 있었을 생각에 눈시울이 시큼해졌다. 

병실로 올라가는 중에도 무슨 얘기인지 쉴새 없이 얘기했던 것 같다. 

아마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 된건지 수술은 잘 된건지 계속 물었던 것 같다.

4인실에 잠깐 들려 빈손으로 온 우리에게 음료수나 과자를 챙겨주었다.

욕창환자들로 인해 난생 처음 맡아보는 지독한 악취 때문에 숨쉬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 곳에서 혼자 스마트 폰도 없이 지냈을 아빠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과자랑 물을 들고 휴게실로 올라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생전 하지도 않던 나약한 이야기를 꺼냈다.

꿈속에서 돌아가신 사람들이 계속 나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항상 나에게는 호랑이 같고 슈퍼맨 같던 아빠가 저렇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싫었다.

늘 내 곁에서 든든하게 날 괴롭히는 모든 사람을 무찔러 줄 것 만 같던 아빠가 저렇게 나약한 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싫었다. 들키기 싫었지만 눈시울이 붉어져 괜히 관심도 없는 멸치잡는 어부가 나오는 티비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엄마도 뒤늦게 오고 아빠에게 걱정 어린 잔소리를 하면서 티격 태격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족이란 게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빠를 많이 미워했었다. 

아직도 엄마만큼 많이 다가가지 못하는 나지만, 그래서 결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한 기억이 별로 없지만, 오늘은 그랬다.

내가 저 나이가 되었을 때, 나에게 남아 있는 건 무엇일까?

일,돈,지위,명예도 다 좋겠지만 결국 따뜻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 아닐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아니, 유인원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 

혹은 불행이 될수도 있겠지.


그래도, 아빠

늘 나에게 슈퍼맨이 되어줘.

아프지 말고 항상 강해줘.

이기적인 딸내미의 소원을 꼭 들어줘.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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