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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vs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업의 이면

중소기업 vs 편의점 아르바이트?     


예전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는 것이 요즘의 일상적 풍경이라지만, 젊은 청년들의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가끔씩 흠칫 놀라기도 한다.     

‘중소기업 갈 바엔 편의점 알바가 낫다’, ‘20대엔 나를 못 챙겨서 30대에는 내게 시간을 좀 주려고 퇴사한다’, ‘포기하고 막 살아보니 행복하더라’...등등

이때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과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보자니 약간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이게 누군가의 관점이라면 탓할 생각은 없다. 인생은 각자의 삶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 인생을 담보로, 내 믿음애로 살겠다는 데에야 뭐라 할 말은 없다.

그런데도 이런 이야기들이 오래 내 머릿속에 남아 나를 자꾸 건드리는 것은 아마도 내가 ‘직업전문가, 혹은 커리어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생업을 이어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단적으로 말해서 내 자녀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가르침보다 관계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버지지만...매우 속이 쓰릴 것 같다.

'왜?'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지 몰라 하나의 예를 들어본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을 갈 바엔 자유롭게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하겠다”는 논리에 숨은 내용을 한번 보자.

솔직히 중소기업을 미화할 생각은 없다. 반대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직업시장의 논리를 살펴보겠다.


직업시장에서도 상식은 존재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알고, 누군가는 그것을 생각지 못할 뿐


중소기업을 갈 때 정말 작은 기업이라면 대졸초임을 기준으로 2000만원대 후반에서 시작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고졸학력이거나 기술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최저 임금선이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 그 정도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최저 임금은 받으니 ‘인간관계에서 덜 스트레스를 받고, 야근이나 특근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더 낫지 않느냐?’는 논리를 들이밀만 하다. 맞다. 돈의 관점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참고로,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의 ‘맞춤형 임금정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졸 이상 1년 미만 근로자 평균 임금은 3,536만 원이다. 물론 평균과 중위임금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돈만으로 보면 처음 얼마간은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다른 측면은 어떨까? 

예컨대 중소기업에서 3년 정도를 일한 사람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3년간 한
사람이 이직을 앞두게 어떻게 될 것 같냐는 말이다.


당연히 이때는 경력의 차이가 문제가 된다. 중소기업이라도 열심히 다니며 일한 사람에게는 경력이란 것이 붙는다.(설사 물경력이라도 시장에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되면 어지간히 경력이 나쁜 케이스가 아닌 이상 연봉과 대우가 올라간다. 그런데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어떨까? 경력에 힘이 붙지 않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다고 시급이 크게 달라질 일은 별로 없다는 의미다. 

내가 아는 최악의 경력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 경력인데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딱 그러한 경력의 대표적 형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아르바이트를 일부러 나쁘게 몰고 갈 생각은 없다. 다만, 그런 경력의 경우 시간이 지난다고 경력의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런 관점은 경력의 성장 측면을 철저히 무시한다. 현재, 이 순간의 돈만 비교하는 것이 신문에 종종 언급되는 관점의 핵심인 셈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이런 청년의 모습을 볼 때가 있지만, 이건 길게 보면 재능과 청춘의 낭비다. 과거처럼 열심히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 요즘의 관점일지는 모르나 그 대가는 고스란히 일정 시점 이후 한 번에 정산해야 하는 과제로 만나게 된다. 통상 '더 고단해진 삶'이라는 대가로 말이다.     


일은 늘 3가지 관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경제적 보상과
나라는 사람과의 적합성, 그리고 성장이라는 측면, 이 세 가지다.


나는 '성장중독'이 아니라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쩌나. 다른 곳에서도 거듭 강조했지만 일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앞으로 나아가거나 쓰러지거나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자전거는 없다.(혹시 실내용 자전거를 떠올리지 마시길...이 비유를 그렇게 받으면 나도 할 말이 없다...ㅜㅜ)


혹여 지금 내게 그런 것이 너무 결여되어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은 돌아볼 일이다. 너무 늦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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