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싫어하지만 수영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름 꾸준히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수영 학원을 다니기도 했고 아빠와 주말마다 수영을 했다. 심지어 수영 랩 횟수만큼 용돈을 받기도 했다. 그때 수영장의 특유의 약품 냄새와 웅웅 거리는 소리, 호루라기 소리 등등이 아직도 기억난다. 수영이 끝나면 항상 근처 분식집에서 소시지나 떡꼬치를 사 먹기도 했다.
아마 생리를 시작하고 더 이상 아빠와 수영을 가지 않게 된 것 같다. 성인이 된 후로는 여행이 아니라면 딱히 수영을 할 일이 없었는데 뉴욕과 지금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아파트에 마침 수영장이 있어 슬슬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물속에 들어가면 마치 다른 차원으로 가는 느낌이다. 고요함 속에서 둥둥 떠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파트의 수영장 천장에 커다란 창문이 있어서 종종 햇빛과 물결로 만들어지는 패턴을 가로지르며 수영하는 것도 꽤 좋다.
하와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본 알록달록 열대어들과 산호들과 아말피에서 보트를 직접 운전해 중간중간 뛰어들었던 새파란 바다는 수영 인생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이다.
막상 수영을 하면 너무 좋지만 수영을 하러 가는 게 왜 이리 귀찮은지 모르겠다. 코로나 중간에 한동안 열심히 수영을 하다가 오랫동안 쉬고, 어제부터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한 20분 집중해서 수영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몸이 기분 좋게 나른하다. 마침 미국에서는 임산부에게 수영을 강력 추천해서 이번엔 정말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