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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하 Oct 25. 2022

내 앞의 널 위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이 정신없는 작품을 받아들이는 내내 ‘맥시멀’이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영화 공작을 넘어 영화 폭주에 가까운 하나의 가족 드라마는 레퍼런스를 모두 열거하기도 두려울 정도로 방대한 집약을 자랑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점은 이 서사시만의 소통법에 있다.


대사로도, 시각적으로도 다 인지하기 힘든 속도와 세계의 크기는 생각보다 정확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총 3부로 나뉜 구성은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두어야 할지 적절히 명시한다. 서류를 정리하는 에블린의 모습은 그녀가 살아온 별 볼 일 없는 삶을 정리하는 영화의 목적과 맞닿아있다. 황당할 정도로 놀라운 창의력을 지닌 각 사건의 폭주 또한 장르 영화로서의 개별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의 중반을 넘어서면 우리는 엽기적인 발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화양연화 풍의 진지한 대화 장면에서 당신과 빨래방을 운영하며 살겠다는 대사를 로맨틱한 순간에 집어넣거나 라따구리가 잡혀가자 가슴 아픈 이별과 재회의 희망을 노래한다든지, 손가락이 핫도그인 세계에서는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발가락으로 하는 식이다. 이는 전부 유머로 시작해서 진지한 드라마로 귀결한다. 넓게 분포된 세계를 창의적으로 사용하되 한 가족의 이야기로 보이기 위해 끌어들인 관문으로써 작동하게 한다. 이 부질없는 시공간을 경유해 자신의 앞에 있던 가족을 재확인하는 것이 영화의 주제인 것처럼 말이다.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소통법으로 우리의 익숙한 일상을 새로 보게 만드는 놀라운 성취가 방방 뛰는 폭주에 숨겨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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