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1)
의학도에서 심리학, 사진을 넘나들며 재차 자기 탐구를 하던 율리에는 다르게 말하면 텅 빈 시간을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선택과 집중에서 이 두 가지가 모두 결여된 삼십의 한 여성은 이미 삶의 방향성이 두드러진 사십 대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지적 욕구를 채우기엔 그만이지만 그의 발칙한 승승장구는 그녀를 어딘지 모르게 괴롭힌다. 그녀에게 필요한 섬광은 자신의 삶을 찾아내는 도중에 세상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소망일 테다. 그래서 영화에선 그녀를 위해 번뜩이는 아침이 제공된다. 에이빈드를 만나러 달려 나가는 환희의 순간은 영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심리상태의 장면이다. 자기중심적 사고로 구현된 얼어붙은 세상처럼 인생을 살아낼수록 그녀는 점점 이기적이 된다. 사랑할수록 계속해서 최악이 되는 이유도 그와 마찬가지다. 영화는 그게 나쁜 것이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객관적인 카메라를 들이미는 순간 모든 이는 최악의 인간이 되지만, 각각의 삶에서 보면 최선의 선택들일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비로소 사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