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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머리 Apr 15. 2021

잘 사기 위한 기준 9 가지

잘 사는 사람의 사는 이야기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오롯이 자기만족을 위해 사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만큼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 잡고 사는 게 힘든 세상이다. 누가 뭐라 그러거나 말거나 내 기준을 가지고 잘 산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적게 소유하는 미니멀리스트를 꿈꾸지만 도시에서 4인 가족으로 미니멀하게 사는 건 쉽지 않다. 아무리 미니멀리스트라 해도 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어차피 사야 다면, 잘 사기 위한 나의 기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새것 하나를 사면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을 하나 버린다.

펜을 새로 샀다면 잉크가 떨어져 잘 나오지 않는 펜이나 손잡이가 떨어진 비슷한 류의 물건을 하나 버리는 거다. 펜을 수집하거나 텀블러를 수집할 게 아니라면 새것 하나를 갖는 대신 반드시 하나는 버린다. 쇼핑하기 전에 비슷한 물건이 있는지 기억하고 그것이 있는데도 꼭 사야 하는지 물어보고 사는 것도 좋다. 프라이팬은 아무리 좋은 제품을 사도 코팅이 다 벗겨진 프라이팬을 계속 사용하는 건 좋지 않다. 적당한 가격의 제품을 사서 1년 이내로 사용한 뒤에 버리고 새 것을 구입한다.


두 번째, 잘 비우고 잘 정리해야 잘 사는 게 가능하다.

정기적으로 분리수거를 하는 때마다, 한 달에 한 번씩 물건이 있는 공간을 비우고 정리한다. 장을 보거나 쇼핑하기 전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 지 훑어보고 목록을 적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래야 수납장에 있는데도 똑같은 물건을 또 사거나, 다 떨어져서 사야 하는데 잊어버리고 필요한 것들을 제 때 못 사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요번 분리수거 기간에는 부엌을 정리하고, 다음 분리수거 기간에는 아이들 방을 정리해본다. 아이들 방은 보물섬 같아서 정기적으로 열어보고 정리하지 않으면 오래전에 먹은 과자 부스러기며 과자봉지, 선물 포장지나, 껌 종이, 말라비틀어진 젤리 등 기가 막힌 쓰레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세 번째, 최저가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검색으로 최저가를 찾아 구매하는데 제조사나 제품이 똑같은 경우도 있지만 제품 자체나 원산지가 다른 경우도 많이 있다. 판매처와 기능 등을 잘 비교해서 구매한다. 비슷한 듯해서 최저가로 샀는데 원래 제품과 많이 달라 돈 날린 사람들 많다.


네 번째, 비싸다고 항상 최고가 아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더 비싼 게 조금이라도 더 좋겠지 하는 기대로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능, 디자인 비슷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차선책 제품도 찾을 수 있다. 반드시 그 브랜드 여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면 가성비 좋은 다른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다섯 번째, 예쁜 쓰레기가 될지, 잘 사용하는 애장품이 될지 예상해본다.

당장 쓸모없고 실용성도 떨어지지만 예뻐서, 귀여워서 사고 싶은 물건들이 넘쳐난다. 캐릭터 하나 붙어 있을 뿐인데 가격이 세 배 이상 비싼 것도 있고 본래의 기능보다는 귀여움과 디자인에만 어필하는 제품들도 많다. 예쁜 쓰레기가 될 물건인지, 마르고 닿도록 잘 사용하게 될지 떠올려 본다. 대부분 그 답은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결국 그냥 사게 되고 결국 예쁜 쓰레기를 자꾸 만들어 내게 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여섯 번째, 원 플러스 원 제품이지만 필요 없다면 사지 말자.

원 플러스 원 때문에 구매해서 한 개는 쓰지 않거나 먹지 않아 버릴 수 있다.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원 플러스 원을 조심하자.  


일곱 번째, 가능하다면 포장이 덜 된 제품을 선택한다.

요즘은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과대포장을 지양하고 있긴 하지만 겉으로만 보기에도 지나치게 개별 포장이 많이 되어 있고 과대 포장된 제품들이 많다. 그런 제품보다는 종이 포장과 가볍게 포장된 제품들을 선택한다. 그래야 분리수거의 수고도 덜 수 있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여덟 번째, 장바구니에 일단 담아두고 시간을 갖는다.

구매욕이 생길 때, 바로 클릭해서 결제해버리지 말고 일단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러고 나서 딴생각을 하거나 며칠 동안 시간을 갖는다. 며칠 후에 다시 보면 별로인 경우도 있고 더 좋은 제품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홉 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구매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냥 사라.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이걸 몇 번 들고, 입고 다닐 수 있을까?라는 마음의 소리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구매욕이 가라앉지 않고, 소유해서 행복해질 것 같다면 그냥 사라. 아무 쓸모없는 물건이 아니라면, 몇 백만 원이 넘는 무이자 할부로 오랜 시간 동안 은행과 카드의 노예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그냥 사라. 그동안 열심히 살았고 구매 욕구도 많이 참았고 가족들을 위해 많은 걸 양보했다면, 이거 하나는 꼭 갖고 싶다 하는 게 있다면 말이다. 그냥 사서 행복을 선택하자. 너무 자주는 말고 아주 가끔씩 나에게 셀프로 상을 주는 것도 좋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나를 챙겨주기 바라지 말고 그냥 나는 내가 챙기면 된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식비나 간식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증가했다. 꾸준히 뭔가를 사서 만들어 주고 하는데도 돌아서고 나면 먹을 게 없고 남는 게 없다. 빽빽한 식재료들로 냉장고 여백이 줄어들었다 싶으면 일주일 정도 냉장고 파먹기를 한다. 가득 찬 냉동식품을 활용해서 요리하고 계란 한 판을 활용해서 계란말이, 계란 국, 계란찜을 돌려가며 준비한다. 그러다가 냉장고 정리를 싹 하고 나서 부족한 재료 등을 다시 체크해서 산다. 출근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일을 한다 해도 재택으로 집에서 하다 보니 밖에 입고 나갈 옷은 구매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집에 있다 보니 읽을 책이나 홈트 기구가 필요하게 되고 수리가 필요한 집안 구석구석을 정비하면서 집수리에 필요한 것들을 사게 되었다. 일주일마다 비워내고 또 비워내도 정리하고 버릴 것들은 계속 생기고, 아무리 사지 않고 살려해도 사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도시에 살든, 농촌에 살든, 섬마을에 살든 사지 않고는 살기 힘든 세상이다. 최근에는 기후 문제가 예전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정부도, 기업도 고민하고 같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이긴 하다. 우선은 개인의 작은 노력들이 필요하기에 아이들과 어떤 것들을 노력해야 할지 같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실천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분명 있다. 동네 엄마들 과도 이런 얘기를 하며 텀블러를 사용하고 쓰지 않는 전선은 뽑고 과대 포장된 제품은 사지 말자고 공유한다. 가능하면 필요한 것들만 사고 쓰레기를 줄이면서 소소한 행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산다. 누가 뭐라 하든 그렇게 잘 사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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