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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머리 Aug 17. 2021

음식물 쓰레기 먹는 미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음식물 처리기를 샀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는 주방의 숙제다.

물기를 잘 뺀 후에 음식물 쓰레기 전용 봉투에 담고 밀봉상태를 잘 유지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썩은 냄새와 함께 벌레를 만들어 낸다.  어쩌다 봉투에 구멍이 나거나 며칠이 지나도록 봉투를 다 채우지 못할 경우에 봉투에서 흘러나오는 역한 냄새는 저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얼마 전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열고 헛구역질을 하다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악취와 벌레를 끊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음식물 처리기 가전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갈아버리는 기계와 고온으로 말려서 건조하는 기계가 있었다. 주방의 씽크볼과 연결되어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버리는 기계는 어쩐지 배관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꺼려졌다. 음식물을 건조해서 바삭바삭하게 만든 뒤에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기계는 수분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드라이기로 말리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미생물로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한다는 음식물 처리기를 보게 되었다. 흙처럼 생긴 미생물제가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 삼아 자연 분해한다. 게다가 분해하면서 생긴 부산물들은 퇴비로 사용해도 된다 하니 더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미생물 분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샀다.      


사용방법은 간단했다. 알맞은 장소에 처리기를 놓고 전원을 켠다.  안에 미생물제재를 넣고 24시간 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주면 된다. 갈색의 흙처럼 생긴 미생물제재가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한다.      

과일, 야채류, 고기, 생선류, 김치, 과자, 계란, 면, 곡류 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넣을 수 있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은 처리기도 분해할 수 없다. 소, 돼지 뼈류, 조개껍질 류,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비닐, 플라스틱, 고무는 투입 금지 물질이다.

부피가 큰 쓰레기는 잘라서 넣어주면 된다. 염분이 많은 쓰레기는 물에 한 번 헹군 후에 넣도록 한다. 용량이 많고 수분이 많은 경우에는 수분을 제거하고 여러 번 나누어 넣으면 좋다고 한다.     

  

음식물 처리기를 사용한 지 일주일째, 그동안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자마자, 적은 양이어도 바로 처리기 안으로 넣으면 되니까 말이다. 아이들이 밥도, 반찬도 남기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없을 때가 가끔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지 못해서 미생물이 죽을까 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일부러 빵 한 조각, 밥 한 덩이를 넣어주기도 했다. 미생물이 움직이는 게 눈에 확연히 보이는 게 아니라서 잘 분해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먹다 만 빵조각을 넣으면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아 미생물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게 확실했다.


일주일째 씽크볼의 배수구 이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음식물이 쓰레기로 변하기 전에, 깨끗한 상태에서 바로바로 넣어주니까 음식물 쓰레기 냄새는 없다. 음식물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생기는 벌레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사기 전에 짧은 고민을 했었지만 괜한 고민을 했다고 생각이 될 정도였다.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넣을 때마다 맡던 쓰레기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고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손 끝으로 잡고 버리러 가지 않아도 되니 더 좋다.

큰 숙제를 해결한 듯한 느낌으로 기분 좋게 사용 중이다. 조금씩 먹을 만큼만 먹고 최대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노력한다.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는 계속 생기니까 미생물을 잘 키우면서 음식물 처리기와 함께 잘 지내볼 생각이다. 음식물  쓰레기 들고 나가는 걸 싫어하는 남편들에게 이 글을 공유하시길 ......  

오늘도 잘~사는 이야기

미생물 분해 음식물 처리기를 샀다.

잘~사는 사람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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