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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머리 May 11. 2021

올리브 나무를 샀다.

스위트 바질과 상추 모종을 사러 갔다가  보았던 작고 예쁜 나무가 자꾸 눈에 밟혔다.

결국 다시 가서 그 나무를 집으로 데려왔다. 작은 잎사귀가 총총 뻗어있는 올리브 나무였다.

올리브는 물푸레나무과의 식물이며 열매는 올리브 기름과 피클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이고 잎이 작고 단단하며 비교적 건조에 강하다. 뻗어나가는 가지를 정리해주면서 습하지 않게  유지해주면 좋다.


기본 정보를 알고 나면  식물에게 맞는 환경을 져공한다. 가장 먼저 물의  마른 흙에 물주기를 한

모든 식물에 물 주기를 자주 해 하는 건 아니다. 물의 양도, 햇빛의 양도, 자라는 속도도, 꽃이 피는 시기도 모두 다르다.  건조하게 키워야 하는 식물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물을 준다면 과습이 된다. 물 주기를 자주 해줘야 하는 식물에게 제 때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죽을 수 있다. 어떤 식물은 몰라보게 쑥쑥 자라고, 어떤 식물은 더디게 자란다. 어떤 식물은 햇빛을 자주 봐야 좋고, 어떤 식물은 강한 햇빛을 견디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식물은 뿌리를 뻗어 양분을 흡수하고 햇빛을 받으며 저만의 속도대로 조금씩 조금씩 자란다. 그렇게 식물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고 나면 하루하루 같이 지내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 된다.


이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것과 조금 무심한 것의 중간쯤의 태도로 보는 것이 좋다. 관심과 애정을 가졌다 해서 잎이 어떻게 되었는지, 흙이 너무 마른 건지, 다 괜찮은 듯한데 왜 꽃대를 올리지 않는 건지, 화분이 너무 작은 건지, 빛이 부족한 건지 하며 안달복달하지 않는 그런 상태 말이다. 너무 숨막히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게 지켜보기.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연둣빛 새순을 올리고  훌쩍 커버린 식물을 마주하게 된다. 가끔 물이 부족해서 축 늘어진 잎을 발견할 때도 있고 과습으로 물러진 뿌리를 발견할 때도 있다.  문제를 발견하지도 못한 채,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 알아채고 처치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어쨌든 너무 조바심 내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하지도 않기. 하루하루  초록을 보며 그 자체로 기쁨을 주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내가 터득한 식물 키우기 방법이다.  식물 저승사자가 되어 많은 식물을 죽이고 또 죽이는 실수 끝에 깨달은 진리이기도 하다.


식물을 키우면서 이렇게 작은 식물들도 저만의 속도로 자라는 것을 그저 기다려주며 지켜보는 게 필요한데 아이들에게는 그러지 못했음을 닫기도 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낀다는 이유로,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라는 이유로 식물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숨 막히는 애정을 쏟아붓지 않기를..... 저마다의 속도로 하루하루 잘 자라고 있음에 감사하며 늦게라도 꽃 피울 그 시기를 기다릴수 있기를.....


우리 집에 온 작은 올리브 나무를 보며 또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다짐해본다.


오늘도 잘 ~사는 이야기, 작은 올리브 나무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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