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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머리 Oct 16. 2021

실용적이지 않은 선물, 꽃을 산다

꽃을 선물하는 마음

20대 때는 꽃 선물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일주일도 못 가 시들어버릴 꽃다발이라 실용적이지 않은 선물이라 생각했다.

 봄이면 꽃구경 간다고, 가을이면 단풍구경 간다며 단체관광을 가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이해할 수 없던 것들을 공감하게 된다.

긴 겨울을 지나 새순이 올라오고 꽃들이 앞다투어 피는데 꽃구경을 가야지.

노랗게 빨갛게 울긋불긋 단풍 드는 가을이면 단풍구경을 가야지.

예쁜 꽃들을, 빛깔 고운 단풍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며 즐기고 같이 사진도 찍고 싶은 그런 마음이겠구나.


꽃 선물을 받으면 사람들이 기뻐하는 이유도 그런 거겠구나.

보는 순간마다, 화사하게 활짝 핀 꽃을 마주할 수 있으니 기쁜 마음이겠구나.  


내가 꽃일 때는 꽃 예쁜 게 보이지 않다가 나이 들면 꽃 예쁜 게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나이 드니 길에서 만나는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가 모두 곱고 예쁘다.


그렇게 꽃 선물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주변 사람들에게 꽃 선물을 자주 하게 되었다. 장미 100송이 같은 거대한 꽃다발이 아닌 소박한 꽃 몇 송이를 선물한다.  

어느 봄날, 꽃집 앞에 놓인 프리지어를 조금 사서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건네기도 한다.

가끔은 나를 위해, 나에게 백합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냥 날씨가 좋아서, 지나가는데 네 생각이 나서, 데이지 꽃 한 송이를 사서 친구에게 건네기도 한다. 연락이 뜸했던 지인과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작약 몇 송이를 선물하기도 한다. 생일을 맞이한 후배에게 화사한 노란 장미 꽃다발을 선물한다.

꽃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꽃처럼 환하게 웃는다. 우리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고 하루하루가 지칠 때도 있지만 당신의 하루가, 당신의 기분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기를~ 활짝 핀 꽃을 마주하며 잠시라도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게 꽃을 사서 선물하는 마음이다. 꽃은 일주일 후에 시들어버리고, 어떤 날은 기운 빠지고 웃을 일 없는 하루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실용적이지 않은 선물이라 하더라도 나는 꽃을 산다.

오늘도 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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