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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Aug 03. 2021

몸을 돌보세요

파라핀 치료


 처음으로 손가락 관절이 시큰거리고 아린 통증을 느꼈다. 핸드폰을 많이 사용한 날이면 가끔 손목이 아팠는데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다시 괜찮아졌다. 손가락도 그러려니 했다. 이틀 밤을 지나고도 손가락 통증은 나아지지 않더니 일상생활이 힘들어졌다. 안아달라는 아이의 요청도, 설거지하는 간단한 동작도 쉽지 않았다.



 내 손가락 뼈 사진을 들여다보던 의사는 무덤덤했다. 별 진단 없이 진료를 끝내려는 의사에게 황급히 말했다.


"저녁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는대도 아침이면 손가락이 퉁퉁 부어요."


  사실은 나에게 정말 심각했다.


"사진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붓는다는  염증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아래층에 내려가셔서 파라핀 치료를  받아봅시다. 염증 약도 좀 먹고요."



 물리치료와 수납증이 반반씩,  면에 찍힌 종이를 들고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라는 사실을 숨기려는 듯이 밝은 조명이 켜져 있었고 조용한 공간이었다. 아래 위로 파란 유니폼을 입고 안경을  단발머리 물리치료사가 카운터에 앉아 컴퓨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인기척에 고개를 잠깐 들더니 내가 건넨 종이만 수거할 뿐이었다. 옆에 서있던 다른 물리치료사가 카운터 밖으로 돌아 나왔다.  


"어느 손이 아프세요?"

"양 손 다요."

"아, 그러면 양 손을 번갈아가면서 파라핀 통에 담그실 건데요. 왼손을 손목까지 넣고 5초쯤 담갔다가 빼고, 오른손을 담그세요. 빼낸 손은 10초 정도 말렸다가 다시 넣어주시면 돼요. 그렇게 5번씩 담갔다 빼기를 하세요. 그리고 1분 정도 말렸다가 파라핀 껍질을 옆에 있는 접시에 모두 떼내면 됩니다. 이 과정을 2번, 즉 10번 담갔다 빼기 하시면 돼요"


 간단한  빠르게 뱉어내는 이용방법 혼란스러웠다. 5초를 넣었다가 빼서 10초를 말리라고? 다행히 벽면에 그녀가  말이 차례대로 쓰여있었다. 글을 읽으며 아래에 놓여있는 직사각형 통속으로 왼손을 넣었다. 겉은 플라스틱이었지만 속은 스탠으로, 찰랑거리는 투명한 액체가 삼분의 일쯤 담겨 있었다. 액체의 따뜻한 기운이 손을 감쌌다.


1, 2, 3초, 4초, 5초.  


 왼손을 빼서 들어 올리자 손가락 끝에 촛농처럼 응어리가 맺혔다. 오른손을 담그고 따뜻함이  감싸기도 전에 꺼내 들었다. 하얀 막으로 쌓인  손을 허공에  채로 다음 손을 액체 속으로 넣었다. 처음보다 따뜻함이 약해진 온도에 막이 하나  쌓이고 꺼낸  끝으로 맺히는 촛농 같은 방울도 두터워진다. 번갈아 다섯 번을 담갔다 빼고 나니 새하얀 수술용 라텍스 장갑을   같았다. 바짝 말려서  껍질들을 기려 구부정하게 굽어있던 손가락에 힘을 줬다. 껍질에 부드럽게 균열이 가면서 손가락 마디마디 형체 그대로 모자 벗겨지듯 벗겨졌다. 의수처럼  손의 형체가 떨어져 나왔다.


 

 의뭉스러운 치료법이 믿음직스럽지는 않았지만 아픔을 없애보고자 두어 번 더 치료를 받았다. 파라핀 치료 때문인지, 나을 때가 되어 나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찌르르하던 통증은 사라졌다. 그러고 막 쓰던 손을 조심히 쓰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생활 습관들이 축적되어 통증을 일으켰을 테니 말이다.


 당연한 건 없다. 모든 것이 그러하지만 건강이야말로 잃고 나서야 후회하는 항목이 아닐까. 몸을 돌보라는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번에는 위에서 신호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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