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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찻잎의 맛을 마주하다

공부차-전홍고급

by 마실궁리


제법 차가워진 가을바람과 높아진 가을 하늘은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기에 좋은 날이에요. 매번 가향된 홍차만 마시다가 이벤트로 구매하게 된 샘플러에서 발견한 중국 운남성의 전홍고급을 우려 보기로 해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산지인 운남성에서 고유의 대엽종 찻잎으로 만들어진 차예요.


찻잎의 크기에 따라 대엽종, 중엽종, 소엽종으로 나뉘는데 대엽종 잎의 길이는 12~14cm 크기로 홍차나 흑차(보이차)에 이용돼요.




대엽종이 다소 잘게 잘려있어 잎이 말려 있을 게 있나 싶을 정도였는데 뜨거운 물을 넣으니 스르르 풀리기 시작하네요. 딱 한잔만 마실 생각으로 잎차 2g, 물 200ml, 100도씨에 우려 잔에 담았어요. 과연 달콤하거나 상큼한 향이 가미되어 있지 않은 홍차는 어떤 맛일까요?



뜨거운 물을 부으면 나는 향기가 전혀 달라요. 묵직한 풀향기가 나서 왠지 맛이 많이 떫을 것 같아 걱정돼요. 오렌지빛 수색을 띄는 전홍고급은 생각보다 깔끔해요. 익숙한 향기가 아니어서 어색했지만 한 모금에 편안해져요. 적당한 수렴감과 묵직한 단맛이 어우러져서 진짜 차구나, 하는 느낌이 나요. 차를 머금고 있다가 삼킨 후 혀로 윗잇몸 쪽을 훑는데 시원함이 느껴지는데요. 박하의 극한 화함은 아닌데 은은하게 퍼지는 화함이 입 안을 시원하게 감돌아요. 과향은 느낄 수 없었지만 정말 부드럽고 편하네요.


아쉬우니 우린 잎차에 끓인 물은 한 번 더 넣어보아요. 중국식으로 차를 우리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좋은 잎차를 여러 번 우려 마시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두 번째 우린 맛은 처음과 같은 시간을 우려서 조금 더 연해진 맛이지만 그런대로 또 구수함이 느껴져요. 온전히 차 맛만 음미하게 돼요.


세 번째는 1분 더 길게 우려 봤어요. 그런데 차의 맛이 다 빠져나갔는지 차맛을 느낄 수 없는 맹숭맹숭한 맛이네요. 그만 우리고 새 잎차를 꺼내 우려야겠어요.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의 향에 잎차의 고유한 맛을 알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입맛에 맞아 중국식 다도와 중국 차에 관심이 생기는 티타임이었어요.







공부차(工夫茶)
다기를 제대로 갖추어 정성스럽게 차를 우려 마시며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행위라는 뜻을 가진 브랜드. 이 뜻을 이어받아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좋은 차와 장소, 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차 마시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브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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