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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의 가을볕을 머금은 백차

공부차 - 7년진 백금 수미

by 마실궁리


백차는 반발효차 중에서도 가장 발효다고 낮은 차예요. 일광 위조(직사 일광에서 시들게 하는 것)나 실내 위조를 하고 나서 건조하는 매우 간단한 가공과정을 거치는데요. 새싹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백모(白毛 또는 白毫)가 많고 소량 생산되어 가격도 높은 편이에요.


푸젠성의 정통 백호은침이 명차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외에도 백호은침과 같은 정통 방법으로 생산했지만 푸젠성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백차, 푸젠성에서 변형된 형태로 생산되는 현대식 백차가 있어요.


정통 백호은침은 차의 맛을 더 알게 된 이후에 만나보기로 하고요. 푸젠성에서 변형된 형태로 생산된 7년진 백금 수미를 만나보아요.



책에서 만났던 백차는 하얀 털이 보이는 어린 새싹의 모습이었는데 공부차의 수미는 병차 형태로 숙성해뒀던 잎차를 소량으로 떼어 샘플링한 모습이었어요. 납작한 잎차들과 굵직한 가지도 보이는 정도로요.


끓인 물을 한 김 식힌 물 200ml, 잎차 3g을 넣고 6분 정도 우려요. 백차는 잎을 비비거나 압력을 가해 잎에 상처를 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내포성이 강해요. 차를 우려내는 온도도 낮으니 다른 차들에 비해 더 길게 우려 줘야 해요.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뜨뜻한 향이 나는데 일쇄향(日晒香)이라고 해요. 햇빛의 광을 받아들여 만들어진 향기인데 처음 접해본 저도 느껴지는 향이에요. 태양의 뜨거움이 아니라 요즘과 같은 가을에 오후 4시쯤의 볕을 쬐고 있는 듯한 뜨듯함이에요.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듯한 농후한 향기도 나요.


구수한 보리차 같은 맑고 진한 노란빛 수색이 영롱하게 빛나요. 한 김 식힌 물에 우렸더니 따뜻하게 마시기 좋은 온도네요. 부드럽고 달달한 맛이 입 안으로 퍼져요. 백금 수미. 쌀 이름 같기도 한 차에서 막 지은 고슬고슬한 흰쌀밥을 씹을 때의 단맛이 느껴져요. 쌀밥을 곱씹을수록 단맛이 진해지듯이 차가 식을수록 그 단맛이 더 진해지네요.



백차는 세월이 지날수록, 오래 묵힐수록 맛과 효능이 좋다고 하는데 7년 세월을 차 한잔에 맛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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