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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부드러움, 밀키 우롱

공부차 - 금훤 고급

by 마실궁리

금훤은 대만 아리산에서 재배되는 우롱차인데요.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재배되어 산화 정도가 약하고 맑은 풍미가 특징인 차예요. 특히 우유 향과 분유 향을 머금고 있어서 밀키 우롱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우롱차 중에 제일 기대되는 차예요.



건조된 잎 모양새가 동그란 구슬 모양의 독특한 모습인데요. '포유'과정을 거쳐서 얻은 모양이에요. 찻잎을 사각형의 하얀 천에 담아 기계를 이용해서 둥근 공 모양으로 싸고 그것을 위아래에서 압력을 가하는 기계에 넣어요. 압력을 받으면서 뭉쳐진 찻잎을 풀었다가 또다시 천에 포장해 압력을 가하는 단계를 수십 번 반복해서 둥글게 말린 구슬 모양이 만들어지는 거죠.


동글동글 귀여운 모습과는 다르게 거친 과정을 거쳐야만 만들어지는 큰 특징이에요. 단단히 말린 찻잎은 부피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요. 그래서 저번과 같은 2g을 계량했는데도 양이 적어 보여요.



100도씨 뜨거운 물 200ml, 잎차 2g을 넣고 짧은 2분을 가만히 티팟 안을 들여다보아요. 똬리를 틀어 꽁꽁 말려있던 찻잎이 뜨거운 물을 만나자마자 사르르 풀려나요. 이렇게 완전히 활짝 펼쳐 나는 찻잎은 처음이에요.



잎의 톱니가 확실히 뾰족뾰족 보이고 색깔도 선명해요. 찻잎의 가장자리는 붉은색이고 안쪽은 푸른색을 띠는 녹엽홍양변 현상도 보여요. 말린 찻잎을 채반에 넣고 흔들어 세포막을 파괴하고 세포액이 흘러나와 산화를 촉진하는 유념 과정에서 생긴 상처인가 봐요. 이렇게 또렷하게 관찰 가능하니 더 보는 재미가 더해지네요.



과연 밀키 우롱이라는 별명답게 한 모금 마신 입 안에 우유 향이 미세하게 느껴져요. 우유맛은 아닌데 우유를 머금고 있는 듯한 매끄럽고 부드러운 기분이 나요. 맑은 연둣빛 수색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 신기해요.


금세 한 잔을 다 비우고 또 우려 보아도 맛이 그대로네요. 기대 이상의 차예요.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식어버린 차에서도 변함없이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요. 어떤 환경에서도 그대로의 맛으로 기다려 줄 것 같은 차예요. 매력적인 밀키 우롱, 주문하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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