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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사이 Jul 16. 2023

당신의 고통을 증명하세요

아홉수 이야기 3


출퇴근 길을 다닐 때 유튜브 프리미엄을 끊어 놓으니 장점이 많다.


틈틈이 영어 공부도 하고, 음원이 없는 좋은 영상들도 귀로 즐길 수 있어서 왕복 두 시간의 출퇴근 길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을 들여 보려고 저장해 놓았던

'나중에 볼 영상' 을 하나씩 해치울 수 있다는 것.


그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영상은 알렉스 룽구 코치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 사회는 고통을 조장한다.

내가 가장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더이상 내 곁에 불행 올림픽을 개최하는 이들이

없다는 것.


그러나 아직도 고통과 노력을 동일시하고, 고통에 가치를 부여하고 결과에 얼마만큼의 고통이 들어갔느냐로 결국 자신의 가치를 매기도록 하는 고정관념은 사라지지가 않는다.


힘들지 않아서 무능력한 사람이 된다.

힘들지 않아서 무능력하다고 느낀다.


사실은 모든 일을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

힘들여서 하지 않은 일도 힘들게 포장하곤 한다.

돌아보니 나부터도 그랬다. 무언가를 어렵고, 힘들게 해내면 그 시간이 더 가치있게 느껴졌다.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렇게 힘들이지 않아도 해냈을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불편함과 고통은 다르다. 그걸 이제 알았다.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 불편함은 당연히 따라온다. 세상은 불편함과 고통을 혼동하게 만들곤 한다. 시작하는 사람이 걸음마를 떼기 어렵고, 걸음마를 떼면 달릴 수 있고, 달리다가 멈춰 쉴 수도 있는건데 마라토너와 비교하며 저렇게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고통'받으라고 한다.


나도 성장하기 위한,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은 아주 아프고 힘든 것이라고 착각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고통은 정말로 아프고 힘들고 마음이 찢어지는 그런 '슬픔', '비통'과 다르다.


그 고통의 '느낌'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 계단 올라가려면 당연히 아파야해, 당연히 힘들어야 해, 견뎌야 해...


그렇게 되뇌이다 보면 결국은 둘 중 하나의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첫째, 힘든 것을 당연히 여기며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받음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자꾸 증명해내려 한다. 그러면서 나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비교한다. 난 쟤보단 나아.. 난 쟤보단 못 해.. 그럼 더 고통받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못살게 군다.


아니면 둘째, 힘든 것을 당연히 여기지만 해내지 못하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실망하며 무기력해짐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당신은 당신 안의 '무능이'와 만난 적 있는가?


'무능이'는 무능한 내 자신이다. 무능하다는 뜻은 종종 안 좋게 쓰인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 바꿔보면,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무능하다.


그런데 우리 안의 무능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한 채로 모든 것을 잘 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렇게 잘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고통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노력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그러나 노력을 아주 힘들게 포장했다고 해서 그 결과가 더 가치있어 지는 건 아니다.


시작-과정-결과의 가치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어디에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나니 행복은 선택하는 것, 자유는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즐겨듣는 아침 명상에 '나는 오늘도 행복을 선택한다'는 구절이 있다.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선택했는지 알고 싶다.


같이 행복을 선택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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