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위스키의 인기가 대단했다. 위스키가 ‘아재술’에서 ‘MZ술’로 세대교체가 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위스키가 인기를 얻으면서 위스키 관련 커뮤니티의 가입자가 폭증하기도 했다. 위스키 수입 금액을 보더라도 2020년 132,463천 달러이던 위스키 수입 금액은 2022년 266,842천 달러로 2배 넘게 커졌다. 열풍 혹은 대란이라고까지 불렀는데, 이 열풍의 중심은 싱글 몰트 위스키였다. 문제는 싱글 몰트 위스키의 경우 생산량 즉 원액이 한정적이라는 점인데, 스카치위스키의 경우 최소 숙성 기간이 3년이고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가지려면 보통 10년 이상 숙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맥캘란, 발베니, 스프링뱅크, 야마자키 등 유명한 브랜드의 위스키는 구하기도 어려웠고, 가격도 계속 올라갔다. 심지어 바(Bar) 등 영업장에서 도매장에 발주를 할 때 소위 잘 나가는 위스키는 다른 위스키와 묶어서 사야 했다. 인기 위스키를 사기 위해 강제로 사는 위스키를 속어로 ‘인질(끼워 팔기)’이라고 불렀는데,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인 맥캘란(Macallan)과 아메리칸 위스키인 옐로우 로즈(Yellow Rose)와 같은 관계다.
위스키가 인기를 얻다 보니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의 위스키 강연 요청도 많아졌고, 위스키 클래스에 오시는 분들도 늘었는데, 특히 20∼30대 젊은 층과 여성분들의 참여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증가했다. 문화센터 등에서 필자가 진행한 외부 강연의 경우 평균적으로 90% 이상이 여성이었다. 또 커플(부부)이 함께 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위스키를 배우러 온 이유를 물었더니, 첫째, 일단 유행이라 알고 싶다. 둘째, 와인 등에 비해 보관이 용이하다. 셋째, 숙취가 적다. 넷째, 가성비(?)가 좋다. 다섯째, 다른 술에 비해 다이어트에 덜 해를 끼칠 것 같다는 등의 이유를 얘기했다. 가성비가 좋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의아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요즘 위스키의 경우도 콜키지(Corkage)를 받지 않거나 콜키지를 받더라도 반입이 허용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위스키를 저렴하게 구매를 해서 영업장에 가지고 가서 마시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술을 좋아하는 커플의 경우 와인은 2∼3병 이상을 마시게 되지만 위스키는 1병이면 충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향과 맛을 음미하는 단계에 진입을 했다. 과거에는 취하기 위해 마셨지만, 이제는 술을 마시는 상황이나 분위기 그 자체가 삶의 일부분이 되고 있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위스키도 병(Bottle)은 물론 잔(Glass)으로 마시는 문화가 생겨났다. 물론 법적으로 잔술 판매가 전면 허용된 것은 2023년 1월 1일부터이고, 그 이전에는 칵테일과 맥주를 제외한 잔술 판매는 불법이었지만, 사실 대부분의 영업장에서 위스키나 와인을 잔술로 판매하고 있었고, 불법인지도 몰랐으며, 실제 단속도 거의 하지 않았다.
요즘 혼술∙홈술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사실 혼술∙홈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술 중 하나가 바로 위스키이다. 왜냐하면 위스키는 유통 기한이 없고, 오픈을 했더라도 장기간 보관 가능하기 때문에(물론 오픈하면 뚜껑을 닫아도 향과 알코올은 서서히 날아간다.) 언제든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위스키와 함께 혼술∙홈술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진 음료가 칵테일(하이볼)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칵테일(하이볼) 재료들(특히 술)이 유통 기한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 편하게 한두 잔 만들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스키와 하이볼의 만남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위스키 입장에서는 위스키를 그대로 마시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음용 방법 중 하나가 하이볼이다. 하이볼은 칵테일 여러 스타일 중 하나로 가장 간단한 형태의 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다. 위스키 하이볼의 경우 위스키에 탄산수만 섞으면 끝이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보통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것을 위스키 하이볼이라고 부르는데, 단맛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경우 탄산수 외에 토닉워터나 진저에일과 같은 탄산음료를 섞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스키가 아닌 다른 술을 섞어도 하이볼이라고 부르는데, 이웃 일본의 경우 소주를 쓰면 츄하이(チュ-ハイ, 소츄+하이볼)라고 부른다. 여하튼 위스키 업계의 입장에서는 위스키의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막을 이유가 없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인기가 급상승한 위스키와 하이볼. 굳이 유행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뭔지는 알아야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와 원활한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현재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인도, 독일, 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위스키 생산국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위스키를 생산하지 않았다. 1980년대 아시안 게임과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여러 증류소가 설립되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지속되지 못했다. 이후 약 30년간 100% 수입에만 의존하다가 2020년 ‘쓰리소사이어티스(현 기원 위스키 증류소)’가 다시 위스키 생산국으로의 문을 활짝 열었다. 코리안 위스키에 대해서는 추후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전재구(한국음료강사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