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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Feb 15. 2024

배추전 김밥 만들기

  겨우내 눈 덮인 산골에 두 자매가 살고 있다.  아침  고양이 밥그릇을 채워주고 돌아오는 산책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외출 시 문에 자물쇠를 걸어놓기도 하지만 대개는 문고리만 걸고 다녀온다. 산골 집 마당에 오는 손님이라야 뻔하다. 바람 구름 새들은 단골이니 무시로 들락일 테고, 어쩌다 고라니나 족제비 정도가 다녀가시려나.

  희뿌연 습기가 허공을 가득 채 어느 아침도 자매는 문고리만 걸어두고 산책을 나다. 눈이 또 오시려나, 하늘색을 살피며 익숙한 길을 걷는다. 이웃집이 가까워 오면 으레 들리는 닭소리, 개 짖는 소리, 전봇대 차지한 까마귀들이 서로 전갈을 보내는 소리까지 풍경이 되는 익숙한 아침 산책. 빈 가지 펼친 나무숲과 푸른 잣나무숲, 멀리서부터 가까이 다가오는 흰 능선도 자매와 함께 고양이 밥자리까지 익숙하게 흘러다.

   산책에서 돌아 자매 처마 아래 바깥문을 여는 순간 그 모든 익숙함이 경해다. 테라스에 생각지 못한 손님이 기다리고 있 것이다. 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서던 동생이 놀란 소리를 다. 어머! 뒤따라 들어가던 언니도 놀. 커다란 배추 한 통이 의자에 턱 하니 앉아 있다. 어디서 왔니? 배추에게 물어본다.  할 리 없건만 배추의 존재이 커서 마치 말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누구지? 배추가 혼자 왔을 리는 없고 누군가 데려다 놓았을 것이다. 누굴까. 배추 한 통이 생긴 뒤로 기분 좋은 물음이 생겼다. 몇몇 얼굴을 떠올려 다. 누구진 몰라도 겨우내 별일 없나 안부 삼아 들렀을 것이다. 그냥은 심심하니 배추 한 통 들고서. 누구라도 좋았다. 큼이나 푸른 그 마음.


  그렇게 하여 생긴 배추 한 통. 어떤 맛있는 걸 재밌게 만들까 궁리를 다. 맛있게가 아니라 재밌게가 초점이다. 동생은 외형보다는 내용을 중요하게 여긴다. 모양은 별로여도 맛이 좋으면 만족한다. 언니인 나는 내용보다는 외형에 끌리는 편이다. 맛이 다소 덜해도 보기에 좋은 음식을 즐긴다. 소박하고 단정한 음식. 그것도 되도록 한 접시에 올려 먹는 걸 좋아한다. 가짓수 많이 차려진 음식은 맛을 느끼기보다는 먹는 일을 하는 기분이 든다. 동생도 다르지 않다.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을 좋아한다. 궁리 끝에 배추전 김밥을 만들 어떨까, 동생에게 물어다.

  ", 맛있겠다."

  배추전도 김밥도 좋아하는 동생이야 대환영이다. 배추전을 김밥에 넣어볼 생각은 처음이라 그것이 내겐 재미다. 익숙한 음식 둘이 만나 새로운 음식이 되는 것. 별 신통할 것도 없는 생각 즐거워다.


<배추전 김밥 만들기>


   당근을 볶고 두부를 굽는다. 배추는 소금에 살짝 절여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에 적신 뒤 지진다. 달걀물을 남겨 팽이버섯도 함께 부친다. 준비를 마칠 즈음 구수하게 풍겨오는 밥 익는 냄새.


당근볶음, 팽이버섯전, 두부구이, 배추전


밥을 아주 얇게 펴고 배추전에 다른 재료를 싸서 김밥 말기


배추전과 김밥


배추전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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