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one
나의 소속은 사회사업실이지만 내 책상은 병동안에 있는 상담실에 있다. 다른 건물에 있는 사회사업실에 다른 선임사회복지사가 있다. 사회사업실 소속의 사회복지사이지만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일정이 있는지 모른다. 오며 가며 지나는 길이나, 구내식당에서 마주치면 눈인사만 할 뿐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이다. 우린 같은 사회복지사이지만 또 다른 세상에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호스피스에는 전담사회복지사가 병동안에서 상근으로 근무해야 한다. 그 상근 사회복지사가 바로 나다. 호스피스 병동내 다른 직원들은 의료직군들이지만 나는 의료인이 아니다. 20:1 내가 있는 이곳이 호스피스사회복지사의 현실이다. 좋기도 하지만 또 마냥 좋지 않다.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비피할 우산하나 없고 얇은 우비조차 없다. 어쩌면 책임과 의무만 있다고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다. 한마디로 불법인 것이다. 여기도 그렇다. 물론 나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편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선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직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와준다. 도와줘야 굴러가는 곳이 호스피스이다. 호스피스병동에서 나는 only one이지만 그렇다고 only one만 외치지 않는다.
모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모든 것에는 이론과 실제의 괴리가 있다. 처음 입사하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호스피스의 20명의 의료직군들과 돌아가며 싸울 때가 있었다. 사소한 일로 언성을 높이고 화를 냈다.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했고 이해할 생각이 없으니 부딪히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맞지 않는 모난 곳이 갈고, 갈리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싸움이 날 일을 만들지 않고 또 피하는 스킬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직장이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는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시간들이 존재하는 곳이니 정말 힘들어도 참아진다.
누군가 호스피스사회복지자를 진로로 생각하고 있다면 20:1, 21:1을 생각해야 한다.
직업으로 호스피스사회복지사를 생각하고 있다면 꼭, 절대 20:1, 21:1을 생각해야 한다.
20:1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다. 모든 서류와 상담과 그 기록들을 다 나 혼자, 내가 해야 한다. 연차를 하루 통으로 쓸 때는 용기를 내야 한다. 매일매일 일은 생기고 고정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도 있다. 하루 쉬고 오면 그날의 일과 전날 다 하지 못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 주거나 대체해 주지 않는다. 나는 가끔 집에 일을 가지고 가서 해 오기도 한다. 입사하고 금요일이면 서류철을 싸들고 집에 갔다. 야근보다는 차라리 집에서 일을 하는 게 아이들에게 밥은 차려줄 수 있어서 가방에다 주섬주섬 서류철을 넣었다. 참고로 나는 차가 없다. 지하철에서 애지중지 서류파일을 안고 집으로와 안방침대에 파일들을 펼쳐놓고 일을 하다 지쳐 바닥에서 자는 나를 보고 남편과 아이들은 하루빨리 회사를 그만두라 말했다.
힘든 과도기적 시간들이 지나 지금의 내가 여기에 존재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용기 있는 자여!! 호스피스로 오라!! 어쩌면 당신의 천직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