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앞둔 당신,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는 방법
이직을 고민 중인 분과 커피챗을 하면 자주 듣는 단골 질문이 있습니다. “안차님은 이직 준비를 할 때, 좋은 회사를 찾는 기준이 있나요?” 좋은 회사라... 이 단어를 듣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묘한 기분이 듭니다. 마치 ‘좋은 남자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듣는 것 같달까요. 지인이 이런 질문을 던져올 때면 항상 했던 제 대답이 생각납니다. “야 네가 찾는 좋은 완벽한 남자가 세상에 어딨냐? 네와 잘 맞는 남자가 누구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지!” 이직 시 좋은 회사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라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좋음’이란 과연 뭘 뜻하는 걸까요? 좋음이란 단어를 제대로 알고 싶어 졌습니다.
좋다: 사전적 의미로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이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이나 환경 그리고 추구하고자 하는 정신적 가치에 대한 느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보통 이상의 수준, 만족, 가까이하고 싶은, 추구, 정신적 가치 등 온통 <주관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누구에게는 보통 이상의 수준이 A이고, 누구에게는 B일 수 있겠죠. 사람마다 살아온 배경, 가치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모두 다르기에 ‘좋은 회사’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좋다는 감정은 또 시제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엔 정말 좋았지만, 현재는 별로인 상태가 될 수 있고 현재는 싫었다가 미래엔 좋아질 수도 있는 것처럼요. 또 좋은 회사의 기준은 시대와 함께 계속 변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높은 연봉, 안정적인 직업, 네임벨류가 중요했다면 요즘에는 개인의 워라밸, 가치와 성장, 회사의 사회적 책임 등이 중요해지고 있지요.
저에게도 변덕스러운 날씨와 같은 마음들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네임벨류의 회사를 가고 싶어 밤낮으로 준비해 보기도 하고, 그 회사의 가장 좋았던 것 점이 몇 년이 지나니 가장 싫은 점이 되어 이직을 결심하고 퇴사를 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이지? 좋은 회사란 존재할까? 좋다는 건 내게 어떤 의미일까?’ 도저히 좋은 회사의 답은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질문을 바꿔봤어요. ‘현재 나에게 적합하고, 만족할 만한 회사’는 어디일까? 그 기준을 알려면 먼저 ‘나를 잘 알아야’ 했습니다.
남들이 잘 알고, 돈도 많이 주고 안정적인 곳, 역할 분담이 확실하고 체계적인 규모가 큰 곳, 워라밸이 확실한 곳은 소위 말하는 '좋은 회사' 나와 잘 맞는 회사는 아니었어요. 여러 스타트업에서의 경험 덕분에 어렴풋이 큰 꿈을 상상하게 됐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황무지같이 아무것도 없는 극초기 스타트업이 지금 저에게는 잘 맞는 좋은 회사였죠. 경력이 쌓일수록 단순히 이름이 알려진 네임벨류 회사보다는 개인의 가치와 생활에 맞는 회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 여정 속에서 생겨난 저만의 회사 보는 기준을 적어서 공유해 봅니다.
1. 사람: C레벨, 동료들의 이야기
조직은 각 개인의 집합체입니다. 좋은 회사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그렇기에 사람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봅니다. 특히 이 조직을 만들고 키워내는 창업자와 주요 초기 멤버들이 어떤 사람인지 제게는 아주 중요합니다. 왜 이 회사를 만들게 됐는지, 이 회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여정을 거쳐왔는지, 현재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등 다양한 가치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알아갑니다. 그리고 주요 리더와 동료들에게 서로 배우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직인지 많이 봅니다. 학습하지 않고 서로의 성장을 돕지 않는 조직은 각자도생 하며, 변화하지 않으며 결국엔 도태되더라고요.
2. 문화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의지와 열정과 같은 몰입도)
사람과 같은 맥락입니다. 큰 결에서 맞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문화가 나와 잘 맞는지도 봅니다. 말하는 태도, 의사결정 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 일하는 방식 등 다양한 곳에서 조직의 문화는 자리 잡습니다. 문화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생각하는 나와 잘 맞는 문화가 어디인지 잘 아는 게 중요합니다.
3. 비즈니스와 제품 (산업군, 시장 규모, 차별성 등)
3번은 비교적 1번과 2번에 비해 우선순위가 다소 낮습니다. 누군가는 많이 놀랄 수 있지만, 저의 경우 사람과 팀이 좋다면 비즈니스와 제품은 언제든 변화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장과 고객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그것에 맞게 사람이 모여있는 팀이 적응해서 성장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나에게 맞지 않는 산업군은 분명 있습니다. 몰입도가 다르거든요. 지양하는 산업군과 제품군을 제외하면 딱히 구분해 놓고 회사를 정하진 않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완벽한 회사를 찾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나는 대로 일단 최대한 많이 나열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튀어나올 수 있거든요. 그다음으로 우선순위를 측정해 보면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 안에서 필수 조건이 무엇인지, 그다음으로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은 우대 조건으로 나눠서 작성해보 면 나름의 우선순위가 잘 보일 거예요.
5번의 회사를 거쳐 오면서 나름의 기준이 하나씩 생겨나기도, 과거의 기준이 바뀌기도 합니다. 덕분에 내가 생각하는 조직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우선순위, 현재 나의 역량 수준,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 고민 등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할 수 있었지요. 여러분도 아래 질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최종 이직을 하겠다고 의사결정했다면, 우리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 아무리 재고 따져도 회사라는 곳은 직접 가서 일정 기간 경험하지 않으면 소위 말하는 ‘나에게 맞는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회사와 나의 서로의 합을 맞춰볼 수 있는 <온보딩이라는 3개월 기간>이 있는 것이죠. 그때 다시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 외에도 회사와의 궁합을 잘 알려면 뭘 할 수 있을까요? 일단 잘 맞을 것 같은 회사를 나열한 후에 회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찾아봅니다. 회사 서비스 페이지, 채용 페이지, 팀블로그, 링크드인, 잡플래닛, 블라인드 등 회사를 대변하고 있는 모든 페이지는 찾아봤던 것 같아요. 심지어 팀 구성원분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개인 링크드인이나 SNS를 찾아보기도 했고요. 거기엔 일상뿐만 아니라 회사 이야기도 담겨 있을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C레벨부터 주요 구성원들과 커피챗을 진행합니다. 만나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는 주로 대화에서 많이 알 수 있지요. 물론 대화 안에서도 채용 목적하에 속일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동일한 주제를 다른 질문으로 던졌을 때 일관된 답변을 하는지 보면 진정성 있게 이야기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커피챗에서 다루지 못한 실무에 대한 깊숙한 이야기는 인터뷰에서도 충분히 역질문할 수도 있고요.
사실 나와 잘 맞을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인이 그 팀에 있거나’ ‘일정 기간 함께 일해보는 것’입니다. 1번~3번까지는 일해보지 않는 이상 회사와의 궁합이 잘 맞을지 정확히 알 수 없거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단기간 혹은 프로젝트성으로 일해보는 것은 어떨지 역으로 제안해 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제안은 회사 측에도 지원자 측에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이 방법은 큰 조직은 맞지 않고, 작은 조직인 스타트업에서는 가능합니다.)
1. 그 회사의 모든 정보를 찾아보기 (팀블로그, 잡플래닛, 블라인드, 팀 구성원 링크드인 등)
2. 현직자인 팀 구성원들과 커피챗 진행하기
3. 인터뷰에서의 역질문 준비하기
4. 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에게 자세히 물어보기
5. 단기간으로 함께 일해보기 (1~3일, 일주일, 한 달 등)
위와 같은 여러 방법으로 회사와 나의 궁합을 파악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여정을 거쳐도 역시나 나와 맞는 좋은 회사를 찾기란 계속 어렵더군요. 그렇다면 애초에 나와 잘 맞지 않은 회사에 들어갔을 때, 맞지 않는 회사를 빠르게 그만두지 못했을 때,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 애썼던 날 등 괜한 시간을 잡아먹은 것 같은 여정들은 낭비한 걸로 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해왔던 선택 속에서 배웠던 것들이 다음 조직에 쓰임을 찾기도 했습니다. 이 경험들이 새로운 길로 안내해 주기도 했고요. 그동안 쌓인 경험과 배움들은 어디 도망가지 않고, 내 안에 ‘실력’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안 망했어요, 우리 좋은 실패들을 해요.
망할까 봐 두려워 아무 선택도 하지 않거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을 스스로 ‘실패’라 부르는 대신, 계속해 보고 싶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좋은 실패, 실은 좋은 경험들을
김신지 작가님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책 중
지나와보니 세상에 완벽한 회사는 없었고, 의외로 제 감은 맞을 때가 많았습니다. 자신의 직관과 감을 믿어보세요.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다음 회사를 결정했고, 설명하기 어려운 쎄함을 믿고 퇴사하여 이직하기도 했고요. 우리가 해온 모든 선택은 무조건 망하는 길로 가진 않는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이 글을 썼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좋아하는 방향으로 계속 움직여서 이직하시고, 나에 대한 정보를 함께 모아봐요. 어디든 갈 수 있는 힘과 소스가 우리에겐 충분히 있으니까요.
이직을 준비 중인 여러분, '현재 이직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와 잘 맞고, 잘 맞지 않았던 회사’는 어떤 회사였나요? 저와는 또 다르겠지요. 다른 사람들의 기준을 보다 보면 내 기준이 더 선명해지는 경험도 있습니다. 서로의 기준을 선명하게 밝혀줄 수 있게, 여러분이 생각하는 ‘나와 잘 맞는 좋은 회사를 고르는 기준’도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그럼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