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가 회식일 것이다.
회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첫 번째 나의 반응은 '아싸~!'가 아니다.
'왜?'라든가, '언제?'라는 조금은 방어적인 태도다.
회식의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회식은
서열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비즈니스로 묶인 사람이 뒤엉켜
예의 바른 태도로 서로를 무장한 채
술을 마시는 자리다.
방송일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양반이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술을 마신다.
첫 잔은 소맥을 말아 원샷을 하면서 희망을 부른다.
도착한 순서에 따라 삼삼오오 한 테이블에 앉게 된 멤버와
메뉴를 맞추고, 술잔을 부딪치고, 함께 웃는다.
그 시간이 유쾌해도, 그렇지 않아도
돌아설 때면 우리는 모두 지쳐있다.
배는 부르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것 같지만
왜 '소모되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할까.
내가 지나치게 내성적이거나, 폐쇄적인 사람인가, 질문해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어쩌면 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선배를 대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지만
후배를 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후배들은 왜 모를까.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사람이 찾아오거나 누군가 떠나갈 때,
계절이 바뀌고 해가 저물면 그렇게 모인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누군가는 가슴속 이야기를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다.
술이 기분 좋게 취한 사람들이 앞장서 2차를 가려할 때
산통 깨듯 나는 말했다.
"2차는 가지 않겠습니다."
나는 여전히 아웃사이더일 수 있다.
일생이 인싸인 적이 없으니
나는 나일뿐, 이것이 아싸인지는 모르겠다.